경수로사업이 온갖 우여곡절 끝에 순항의 돛을 올리고 있다.
한반도에너지개발기구(KEDO)와 북한은 지난달초 뉴욕에서 막바지 실무협상에 합의, 부지착공에 따른 준비작업을 사실상 마무리했다.
이에 따라 본공사에 앞선 부지정리를 위한 착공식이 경수로 건설예정지인 함경남도 신포 금호지구에서 오는 20일을 전후해 이뤄질 전망이다. 남북한이 공동사업을 벌이는 것은 분단 이후 처음으로 향후 남북관계개선에 미칠 긍정적인 파급효과가 적지 않을것으로 기대된다.
정부당국은 지난달 28일 건설현장에 설치된 KEDO사무소에 정부관리 2명을 이미 파견했으며 지난 4일에는 공사현장과 한전본사간 직통 통신망도 개설했다.
그러나 경수로사업은 이제 복잡한 제2라운드로 접어든 느낌이다. 사업추진상의 난제가 아직 산적해 있기 때문이다. 우선 총공사비의 분담문제가 걸려 있다.
현재 KEDO의 집행이사국인 韓美日(한미일) 3국간의 분담금조정협상이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대략 50억달러(4조5천억원상당)를 웃돌 것으로 예상되는 총공사비를 부담해야 할 한국과 일본이 서로 자국의 분담비율을 깎으려고 하기 때문. 한국은 50%선에서 부담의사를 내비쳤으나 일본은 한국의 중심역할을 강조, 그 비율을 대폭 높일 것을 요구하고 있다.
올해부터 경수로1기 건설전까지 대체에너지 비용의 조달도 문제다.
중유비용 조달을 책임진 미국은 추가 재원확보에 고심, 한국과 일본에 손을 벌리고 있지만 한국과 일본은 「불가」입장으로 맞서고 있어 진통이 예상된다.
또한 한국은 경수로사업을 통한 남북관계 개선의 효과를 얻기 위해 남북간 원자력협력 협정 체결을 요구할 움직임이지만 북한의 반발이 점쳐진다.
북한은 경수로사업의 대표자가 미국이고 북한에 제공되는 경수로도 미국의 기술에 기초한 것이라는 이유를 들어 미국과 양자간 원자력협력 협정을 체결하되 남북한 사이의 유사한 협정 체결엔 반대할 가능성이 클 것이라는 분석이다.
앞으로 사업과정에서 돌발할 수 있는 북한의 태도변화도 사업추진에 예상치 못한 「걸림돌」이 될 공산이 크다. 산적한 난관을 풀면서 남북관계에 미칠 긍정적인 파급효과를 살려나가는 지혜가 경수로사업에 더욱 절실히 요구된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정연욱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