李仁濟(이인제)경기지사가 대대적인 당 개혁안으로 승부수를 던졌다.
그가 이번 주 중 제출할 개혁안은 대통령은 당적만 보유하고 당총재와 부총재 국회의장 상임위원장 원내총무 등을 직선하며 총재가 당무를 관장하는 「대권(국정통할권)―당권 분리형」 혁신안.
李會昌(이회창)대표가 복수부총재제 도입에도 부정적인 마당에 복수부총재제보다 훨씬 강도가 높은 「총재직선제」를 내세우자 정치권에서는 이를 이지사가 「승부수」를 던진 것으로 해석하고 있다. 즉 이지사가 당권에 도전할 수 있는 장치를 만들어 준다면 이대표의 대통령 만들기에 협조할 수 있으나 그렇지 않을 경우 독자행보를 불사하겠다는 뜻을 암시한 것이 아니겠느냐는 분석이다.
그 논거는 우선 이지사가 점진적인 당의 개혁을 통해서는 당내 2인자 자리를 확보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비록 이지사가 경선에서 2위를 했고 지금도 높은 국민적 지지도를 과시하고 있지만 총재직선제를 통해 일거에 당권을 장악하지 않고 단계적인 방법을 취할 경우 당내 중진들의 경계와 역공으로 수세에 몰릴 가능성이 높다는 관측이다. 또 이대표가 병역정국의 위기에서 탈출, 일사불란한 대선체제 정비로 대선경쟁력을 극대화하기 위해서는 이지사의 도움이 절실할 터이고 그렇다면 자신의 요구를 무조건 외면할 수 없을 것으로 이지사가 판단했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정반대로 이대표가 이 제안에 등을 돌린다면 이지사는 『대선승리의 전제조건으로 신한국당이 국민정당으로 탈바꿈할 수 있도록 방향을 제시했는데 거절당하고 말았다』며 독자출마의 명분을 찾지 않겠느냐는 것이다.
이에 대해 이대표측의 반응은 일단 부정적이다. 河舜鳳(하순봉)대표비서실장은 17일 『이대표는 이지사뿐 아니라 여러사람으로부터 당개혁방향을 경청할 생각』이라며 『그러나 지금은 당 3역체제로 대선을 치를 계획이며 총재직선제 등은 대선 전에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지사는 『총재 직선은 시대의 요구』라며 물러설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어 그의 향후 행보에 시선이 집중되고 있다.
〈이원재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