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경수로발전소 건설부지 정지공사 착공식이 지난 19일 함경남도 신포 금호지구에서 거행됐다. 북―미 제네바기본합의 체결 이후 2년10개월에 걸쳐 아슬아슬한 곡예협상을 해오며 국민의 관심을 끌었던 대북경수로 사업이 드디어 역사적으로 큰 획을 긋게 됐다.
울진 3,4호기를 모델로 한 1천㎿급 한국표준형 경수로 2기를 북한에 건설해 주기로 하고 50억달러(약 4조5천억원)라는 막대한 건설비용의 약 60%를 우리가 분담할 예정이다. 북한은 심각한 에너지난 해소를 위해, 남한은 북한의 핵무기 개발 동결을 위해서다.
최근 세간에는 이 막대한 건설비용 제공 문제를 놓고 여러가지 논란이 일고 있다. 그러나 경제적인 득실의 차원에서만 따질 일이 아니다. 우리 국민들은 모두 이 비용이 남북한 상호간의 이해와 교류 협력으로 이어져 통일로 가는 징검다리 역할에 대한 대가가 되기를 기대하고 있다.
또한 원자력 사업의 측면에서 보아도 의미가 크다. 고리1호기가 원전의 효시로서 겪었던 여러 가지 어려운 여건을 극복하고 가동된지 20년만에 국내 원자력 역사의 큰 획을 긋는 획기적인 성과라 할 수 있겠다.
그동안의 수치와 지표로 나타난 국내 원자력발전의 운영실적은 원자력 선진 수준에 도달해 있다고 대외적으로 평가를 받게 됐다. 원자력은 현재 국내 총발전량의 약 3분의 1을 차지하고 있으며 국산화율도 95% 수준까지 도달했다. 대북 경수로 2기를 포함한다면 한반도에는 현재 총 22기의 원전이 운영되고 있거나 건설될 예정이다.
그러나 원자력발전에 대한 막연한 불안감을 바탕으로 한 반핵운동도 폭넓게 번져 있다. 그동안 원자력발전의 추진 못지않게 반핵운동도 국민의 공감대를 형성하면서 확산되고 조직화돼 커다란 목소리를 내고 있는 것이 엄연한 사실이다.
하지만 대용량의 대체에너지가 개발되지 못하고 있는 현시점에서 볼 때 원자력은 가장 경제적이고 공해요인이 적은 에너지로서의 역할을 계속 맡을 것이다. 물론 방사성 폐기물에 대한 완벽한 취급대책을 수립하고 원자력의 위험도에 대한 일반 국민의 막연한 불안감을 불식시키기 위해 원자력발전소의 안전성을 확보하고 국민적 합의와 신뢰감을 조성하는데 더욱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아무튼 우리는 이번 대북 경수로 사업을 그동안의 원자력 발전사를 반추하며 기술역량을 강화해 나가는 일대 전환점으로 삼아야 하겠다.
김정근(한전 원자력연수원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