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일 공개된 북한의 장승길 이집트주재대사 부부의 망명은 향후 남북관계에도 적잖은 파장을 몰고 올 것으로 보인다.
외교부 부부장(차관보급)을 지낸 북한내 최고위층인 장대사의 망명은 현직 대사급으로서는 처음 있는 일이기 때문이다. 망명자 중에서는 지난 4월 망명한 노동당 국제담당비서 黃長燁(황장엽)씨 다음가는 「거물급」인 셈이다.
따라서 장대사의 망명사실이 알려진 직후 북한측이 장대사의 망명에 우리측의 공작설을 제기하는 등 이 사건으로 남북관계가 한번 더 먹구름에 휘말릴 가능성도 없지 않다.
특히 북한의 이집트주재 대사관은 북한의 비동맹외교 센터라는 상징성이 있는데다 그가 현직 대사라는 점에서 그의 망명이 몰고올 잇따른 고위층의 「일탈도미노」현상을 막기 위한 북한측의 맞대응을 점칠 수 있다.
우리 정부 입장에서도 이같은 사안의 「폭발성」을 감안, 조심스런 반응이다.
특히 경수로 건설현장인 북한의 함남 금호지구에는 현재 우리측 건설인력 88명이 부지정지공사 작업을 위해 파견중이어서 정부는 더욱 민감하다.
그러나 정부당국은 장대사의 망명이 미국 주도아래 진행중이라는 점을 감안, 망명사건이 남북간 외교분쟁으로 비화될 것이라는 관측은 성급하다고 보고 있다.
미국도 北―美(북―미)관계를 의식, 망명사건을 처리하는 국제적 관례에 따라 대응하겠다는 입장에서 북한을 자극하지 않으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특히 내부적으로 식량난과 국제관계 개선이 시급한 상황에서 북한이 대외적으로 취할 수 있는 카드가 제한돼 있다는 것도 북한의 운신폭을 좁히는 요소다.
다만 앞으로 장대사 일행이 최종 망명지로 한국을 선택할 경우 우리정부가 개입할 수밖에 없는 불가피한 상황이 닥치므로 남북간에 신경전이 벌어질 것으로 보인다.
〈정연욱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