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임기내 내각제 정계개편하면 김영삼(金泳三)대통령에게 협력하겠다」는 자민련 김종필(金鍾泌)총재의 발언에 대해 이상하게도 국민회의 김대중(金大中)총재는 한마디도 언급을 하지 않고 있다.
측근이 김종필총재의 「문제발언」에 대해 보고해도 묵묵부답으로 듣고만 있을 뿐이라는 것이다. 하기야 김총재에게서 심한 배신감을 느끼지 않았을 리 없는 김대중총재지만 그렇다고 불필요한 「코멘트」로 상대방을 괜히 자극하지않겠다는계산인 것 같다.
하지만 양당 후보단일화협상 채널인 국민회의 한광옥(韓光玉)―자민련 김용환(金龍煥)부총재 라인은 지난 5일 김종필총재 발언 이후 바쁘게 움직이고 있다. 두 사람은 문제의 발언이 나온 5일에 이어 6일에도 긴급회동, 발언파문이 협상에 미칠 부작용을 최소화하려 애쓰는 모습이다.
자민련 김부총재는 국민회의 한부총재에게 『나도 김종필총재의 발언을 사전에 알지 못했다』며 『김종필총재의 발언이 국민회의와의 단일화협상에 부정적인 당내 일부 「반(反) DJ(김대중총재)인사」들, 예컨대 이동복(李東馥)비서실장 등의 「입김」 때문』이라고 설명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부총재의 경위설명이 아니더라도 자민련의 정석모(鄭石謨)부총재 안택수(安澤秀)대변인 이비서실장 등은 양당의 「정체성(正體性)」 차이를 이유로 국민회의와의 단일화협상보다는 여권과의 「보수대연합」을 선호하고 있다는 게 중론이다.
국민회의의 한부총재 역시 자민련의 그같은 내부사정을 충분히 이해한다면서도 김종필총재의 「유일한 선택」은 김대중총재와의 후보단일화협상뿐이라는 점과 9월말까지로 일차 시한이 잡혀있는 협상은 예정대로 진행돼야 한다는 점을 강조하는 선에서 발언파문을 정리했다는 후문이다.
하지만 문제는 자민련의 내부상황이 그리 간단하지 않다는 데 있다. 최근 당내 충청 호남권 인사들을 중심으로 국민회의와의 「합당론」이 나오고 있다.
이런 움직임은 당내 「보수대연합론자」들의 움직임이 단일화협상의 「변수」로 작용할 가능성 때문에 나온 것이라고 할 수 있다.
「한광옥―김용환 라인」이 일단 「김종필총재 발언파문」을 진정시키긴 했지만 상황에 따라선 언제 다시 단일화협상의 발목을 잡을지 모른다.
〈김창혁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