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한국당은 8일 열린 지구당위원장 및 국회의원 연석회의에서 장시간 자유토론을 벌였음에도 불구하고 당내 동요와 갈등 수습을 위한 분명한 실마리를 찾지 못했다는 게 회의참석자들의 중평이다.
이회창(李會昌)대표 중심의 정권재창출을 주장하는 주류측 인사의 발언이 다소 많았으나 그에 이의를 제기하는 비주류측의 목소리도 분명해 회의분위기는 당초 예상과 달리 팽팽했다. 따라서 당내 현안에 대한 결론을 도출하거나 주류측과 비주류측간의 대립을 해소하지는 못했다.
아무튼 후보교체론의 허실(虛實)에 대한 난상토론이 벌어진 이날 회의는 향후 이대표의 행로에 긍정 부정의 양 측면에서 영향을 미칠 것으로 전망된다. 일부 비주류측 인사들조차 후보교체론의 명분이 약하다는 점에 공감한 것은 긍정적으로, 후보교체론이 당내에 만만치 않은 세를 형성하고 있음을 확인한 것은 부정적으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이날 회의 결과는 한마디로 「미봉(彌縫)」이라고 할 수 있다. 후보교체를 주장하는 비주류측은 물론 일단은 힘을 합쳐 이대표를 돕자는 입장인 관망파들까지 「추석연휴 후」 또는 「10월초」까지로 시한을 설정하고 그때까지도 이대표의 지지율이 오르지 않으면 돌파구를 마련해야 한다는 단서를 달아 결국 신한국당의 전도는 아직 불투명하다고 할 수 있다.
이같은 유예상황은 주류측이나 비주류측 모두에 다소간의 시간적 여유를 마련해준 측면이 있다. 이대표를 중심으로 한 주류측은 이 기간 동안 지지율 반등 및 「비주류 껴안기」와 「대안부재론 확산」에 최대한 노력을 기울일 것으로 예상된다.
반면 8일 지사직을 사퇴한 이인제(李仁濟)경기지사는 가능한 한 빠른 시일내에 거취를 결정하겠다고 밝혔으나 이날 회의 결과에 따라 이지사의 거취표명도 자연 추석연휴 후나 10월초까지 유보할 가능성이 없지 않다.
한편 추석연휴 후나 10월초 사이엔 당총재직의 이양논의도 본격화할 것으로 보인다. 당총재직 이양은 당체제의 대대적인 정비를 수반한다는 점에서 어떤 형태로든 신한국당의 내부혼란상도 이 시기를 전후해 함께 정리될 것으로 전망된다.
〈임채청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