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 상황으로 보아 이회창(李會昌)신한국당대표에게 당총재직은 「기회」이자 「시련」의 계기가 될 수 있다는 게 당안팎의 시각이다.
김영삼(金泳三)대통령의 9월말 총재직 이양 방침 천명은 일단 이대표에게 기력회복을 위한 토대가 되는 듯하다. 8일의 소속의원 및 원외지구당위원장 연석회의에서 격렬하게 후보교체론 공방이 벌어지는 등 「내우(內憂)」에 시달린 이대표측은 곧바로 총재직 이양 방침 발표가 나오자 그나마 안도하는 분위기다.
김대통령의 총재직 이양시기 발표는 이대표에게 여러 면에서 고무적인 효과를 가져다 줄 것으로 예상된다. 무엇보다 경선 이후 지지도가 급락하면서 의혹의 눈길이 갔던 「김심(金心)」의 실체를 재확인했다는 것이 큰 소득이다. 또 김대통령의 입장천명으로 당내는 물론 범여권의 결속을 도모할 수 있는 토대도 일단 마련된 셈이다.
하지만 총재직 이양은 역으로 이대표에게 「독약(毒藥)」이 될 수도 있다는 지적도 없지 않다. 그동안 경선탈락자 등 당내 비주류인사들을 수시로 만나 이대표에 대한 협조를 당부하는 등 「든든한」 후원자역할을 해온 김대통령이 더이상 드러내놓고 그런 역할을 하기가 어려워질 것이기 때문이다.
총재직 이양 방침을 표명한 이후 청와대 관계자들은 『김대통령이 이대표에게 해줄 수 있는 것은 다했다』고 입을 모았다. 내달부터는 이대표에 대한 김대통령의 공개적이고 직접적인 지원은 거의 없을 것이라는 뜻이다.
다만 임기말의 차질없는 국정수행을 통해 정권재창출에 기여하는 식의 간접지원에 그칠 것이라는 게 청와대 고위관계자들의 설명이다.
당내 일각에서는 더 나아가 『김대통령이 14대 대선 때 노태우(盧泰愚)대통령처럼 차제에 대선에서 완전히 발을 빼려는 것 아니냐』는 관측도 대두되고 있다.
어느 경우가 됐든 이대표로서는 앞으로 험난한 대선판에서 「홀로서기」를 할 수밖에 없는 처지가 됐다. 그러나 경선 이후 두달가까이 당내분과 병역면제 파문으로 역량 소모만 계속해온 이대표가 총재직을 넘겨받은 후 과연 당과 대선 정국을 제대로 추스려나갈는지는 미지수다.
당장 눈앞의 현안인 이인제(李仁濟)경기지사의 탈당문제 처리도 난제중 난제다. 또 추석연휴를 지나 10월초에도 지지도가 반등하지 않을 경우 비주류의 후보교체 공세도 재연될 것이 분명하다.
이같은 전방위 도전속에서 이달말경 총재직을 넘겨받을 이대표가 맞게 될 또한차례의 중대한 고비는 총재직을 넘겨받은 후 보름 정도가 지난 10월 중순경이 될 가능성이 크다.
〈최영묵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