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는 30일 신한국당 전당대회를 앞두고 당안팎에서 갖가지 관측이 난무하고 있지만 정작 이회창(李會昌)대표위원 자신은 좀처럼 입을 열지 않는다.
이에 대해 측근들은 『주목할 대목은 이대표의 침묵이 아니라 당내에서 각종 설이 나오는 것을 제지하지 않는 점』이라며 『당론 이외의 중구난방(衆口難防)을 용납하지 않았던 이대표로서는 놀라운 변화』라고 말한다. 아마 이대표가 모든 것을 「제로 베이스」에서 검토하는 것 같다는 얘기다.
이대표는 19일 당 대표실에서 당헌당규집을 한참동안 혼자서 들여다보기도 했다. 물론 이대표가 계속 침묵을 지킬 수는 없다. 당헌당규개정 및 정강정책개정소위는 최근 당지도부에 『지침을 달라』고 요구했고 강삼재(姜三載)사무총장도 이대표에게 『결심을 해달라』고 요청했다.
이대표는 「21일 강재섭(姜在涉)정치특보와의 협의」→「22일 당직자회의에서 토론」을 거친 뒤 다음주 중에 지침을 전달할 것 같다. 지침전달에 앞서 김영삼(金泳三)대통령에게 마지막 주례보고를 하면서 협의하는 모양새를 갖출 것이다.
아직 이대표의 입장을 예단할 수는 없다. 하지만 이대표 측근들과 당 실무자들의 의견은 다소나마 가닥이 잡히는 분위기다.
우선 당화합 차원의 집단지도체제 도입에 대해서는 거의 모두 필요성을 공감하고 있다. 당의 실무관계자는 『최근 대표실에 문의한 결과 「복수부총재 제도가 아닌 최고위원제라면 검토해볼 수 있다」는 답을 들었다』고 전했다.
문제는 도입 시기다. 이번 전당대회에서 최고위원제를 도입하자는데는 별 이견이 없지만 최고위원의 임명 혹은 선출 시기가 대선 전이 될지, 후가 될지는 아직 미지수다. 바로 이 부분이 이대표가 결단을 내려야 할 대목이다.
권력구조와 관련한 정강정책 개정문제도 이대표의 고민거리다. 현행 정강정책의 「대통령제」 규정을 삭제하자니 청와대쪽 눈치가 보이고, 그대로 두자니 앞으로 있을지 모를 야권과의 연대에 걸림돌이 될까 신경이 쓰이기 때문이다.
이대표 측근과 당 실무자들 사이에서는 「대통령제를 그대로 두되 권력구조에 유연성을 두는 의미를 추가하는」 선에서 의견이 정리되고 있으나 이대표가 어떤 결정을 내릴 지는 확실치 않다.
후임대표 문제에 대해서도 이대표 진영 내부는 김윤환(金潤煥) 이한동(李漢東)고문 지지파가 갈린다. 현재까지는 김윤환대표설이 대세고 김고문 자신도 당연하게 받아들이는 분위기다. 그러나 이대표와 이고문의 19일 비밀회동설이 나온 뒤 이한동대표설이 새롭게 힘을 얻는 상황이다.
〈박제균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