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黨대표회담 제의 배경]李대표『지지율 회복』승부수

  • 입력 1997년 9월 20일 21시 22분


신한국당 이회창(李會昌)대표가 20일 야당측에 정치개혁입법 협상을 위한 3당 대표회담을 제의한 것은 지지율 회복을 위한 「승부수」의 일환으로 볼 수 있다. 3당 대표회담 개최방안은 이미 이번주 중반부터 이대표 측근들 사이에서 거론돼왔다. 다만 그 시기를 저울질해오다 최근 잇따라 실시된 여론조사에서 이대표의 지지도가 좀처럼 상승하지 않자 『더이상 미룰 수 없다』는 절박감 때문에 이날 서둘러 발표한 것 같다. 이같은 이대표 구상의 배경에는 무엇보다 난관에 봉착한 정치개혁협상의 돌파구를 마련, 개혁적인 이미지를 다시 부각시킴으로써 실추된 정국주도권을 되찾겠다는 의지가 깔려 있다. 이대표의 한 핵심측근은 『이대표는 대표회담이 성사될 경우 주요쟁점인 야당의 지정기탁금제 개선요구를 수용한다는 내부방침을 정해 놓은 상태』라며 긍정적인 효과를 기대했다. 또 이대표의 제안에는 탈당 후에도 일정수준 지지율을 유지하고 있는 이인제(李仁濟)전경기지사를 견제하자는 목적도 깔려 있는 듯하다. 즉 이대표가 필승구도로 설정해놓고 있는 국민회의 김대중(金大中)총재와의 양자 대결구도 형성을 촉진하기 위한 방책이라는 뜻이다. 특히 다음주부터 시작될 3당총무 및 정치개혁특위위원장간 「4자회담」에 앞서 상급자 회담을 먼저 제안했다는 점에서도 이대표의 의도는 여실히 드러난다. 그러나 이대표의 제안은 당분간 실현되기 어려울 것 같다. 이대표의 의도를 잘 알고 있는 국민회의와 자민련이 선뜻 이에 응할 가능성이 희박하기 때문이다. 물론 정치개혁협상이 막판까지 진통을 거듭하고 정치권 전체에 대한 비난여론이 들끓을 경우 담판성격의 대표회담이 이뤄질 가능성은 배제할 수 없다. 이대표가 대표회담 제의와 함께 건강진단서와 세금납부서 공개의사를 표명한 것은 야권의 양김(兩金)총재, 특히 김대중총재를 겨냥한 것으로 보인다. 즉 70대 고령이라는 점을 부각시켜 지지율 선두를 달리는 김총재의 발목을 잡겠다는 의도다. 이대표는 기자간담회에서 「타후보에 대해 건강진단서 공개를 촉구하는 것이냐」는 질문에 『내입으로 얘기할수 없다』고 말해흉중의 일단을 드러냈다. 세금납부서 공개는 자신의 변호사 수입에 대해 제기되는 납세의무 불이행의혹을 불식하는 한편 40년 가까이 일정한 수입없이 정치생활을 해온 김대중총재에게 상처를 입히겠다는 이중포석으로 보인다. 하지만 건강문제는 이대표가 직접 언급하기에는 부적절한 사안이 아니냐는 지적이 내부에서도 대두되고 있어 그 효과는 미지수다. 〈최영묵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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