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한국당 이회창(李會昌)대표위원의 측근들 가운데는 최근들어 「천운론(天運論)」을 내세우는 사람이 부쩍 많아졌다. 「이대표의 당내 경선 승리는 천운으로밖에 설명되지 않는다. 결국 지금의 위기도 뚫고 나가 대선에서 한표를 이겨도 이길 것이다」는 게 천운론의 골자다.
운수론을 내세울 정도로 다급해졌다는 얘기다. 실제로 핵심측근들은 『하도 구멍이 많아서 도대체 어디서부터 틀어막아야 할지 모르겠다』고 하소연한다.
우선 당내에서는 김윤환(金潤煥)고문과 김고문계 의원들, 민주계와 초재선개혁성향의원들의 움직임이 심상치 않다. 대표직 인선을 둘러싼 이대표와 김고문과의 갈등은 24일 두 사람의 회동을 통해 일단 봉합되긴 했으나 그렇다고 갈등의 불씨가 완전히 꺼진 건 아니다.
김고문이 여전히 전당대회 불참의사를 밝히고 있고 김고문계의 의원들도 25일 집단모임을 추진하고 있어 이대표측은 신경을 곤두세우는 모습이다. 이대표는 24일 당사로 김고문계 김태호(金泰鎬)의원을 불러 협조를 당부했다. 하지만 「김고문을 너무 가까이 하면 당내 다른 세력이 반발하고 너무 멀어지면 김고문의 이대표 흔들기가 시작된다」는 게 어쩔 수 없는 이대표의 딜레마다.
보수대연합 및 권력구조개편 추진설과 당 정강정책 개정 과정에서 거리가 멀어진 민주계와 개혁성향의원들에게도 「통사정을 하는 것」 외에는 별다른 대안이 없는 실정이다. 이대표는 최근 당사와 자택에서 시간날 때마다 이들 의원에게 전화를 걸지만 통화조차 여의치 않다는 게 측근들의 전언이다
무엇보다 이 모든 「악몽(惡夢)」이 지지율 하락 때문이라는 것은 의심의 여지가 없다. 이대표측이 「소록도에 간지 며칠 됐다고 큰 아들을 언론에 공개하느냐」는 일부 반론을 무릅쓰고 정연(正淵)씨에 대한 취재를 허용하려는 것도 이런 다급함 때문이다.
윤원중(尹源重)비서실장은 『30일 전당대회 이후 분위기가 반전될 것』이라며 기대를 버리지 않는다.또 측근들은 『깜짝놀랄 만한 인사의 영입 등 빅 카드가 나올 것』이라고 말하지만 별로 현실감있게 들리지 않는 것이 현재 신한국당의 처지다.
〈박제균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