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부가 22일 퇴직연금제도 취급기관을 보험사업자에서 은행 투신 등 금융권 전반으로 확대하기로 입법예고함에 따라 금융기관간 이해가 크게 대립되고 있다.
은행과 투신 등은 그동안 금융겸업화 추세와 근로자 및 기업주의 선택권 확대를 내세워 퇴직연금시장 참여를 줄곧 주장해 왔다. 그러나 보험권은 은행권 등이 보험업의 핵심 고유업무인 퇴직연금보험 영역까지 지나치게 침해한다며 반대하고 있다.
금융권간 이런 논쟁은 단순히 「밥그릇 싸움」으로 가볍게 보아 넘길 일이 아니다. 우리나라도 점차 고령화 사회로 접어들면서 퇴직후 노후생활에 대한 관심이 어느 때보다 높아지고 있다. 때문에 퇴직연금 취급기관 문제는 국민복지 증진차원에서 이 제도를 안정적으로 발전시켜야 한다는 측면과 금융기관의 본질적 역할 측면에서 함께 검토해봐야 한다.
「퇴직연금보험은 고유업무영역」이라는 보험권과 「겸업화는 세계적 추세」라는 타 금융권의 주장은 겸업 자체에 대한 논쟁이라기보다는 겸업 방식에 대한 이견이라 할 수 있다.
이미 금융개혁위원회는 은행 증권 보험의 핵심적인 고유업무를 제외한 부수업무에 대해 겸업을 허용하고 핵심고유업무에 대해서는 자회사 방식을 통해 진출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의 금융산업 개편원칙을 밝혔다.
또 퇴직연금제도의 국가적 공공성과 중요성을 고려하면 근로자에게 노후의 안정적인 소득을 보장한다는 본질적인 취지를 살리기 위해 취급금융기관 선정에 대한 신중한 논의가 이뤄져야 한다.
참고로 기업연금이 발달한 선진국 중 미국 캐나다 영국에서는 연금설계 전문회사가 있어 은행과 투신 등은 자산운용에만 참여하며 연금지급은 생보사의 연금상품으로 운영하고 있다. 가장 원칙적인 금융제도를 운영하는 것으로 알려진 독일은 생보사 외에는 참여를 허용하지 않고 있다. 일본은 생보사 이외에 신탁전업은행에 한해 허용하고 있다.
이들 제도는 수혜자인 근로자의 권익을 최대한 보장할 수 있도록 나라마다 특성에 맞게 마련한 것으로 볼 수 있다.
퇴직연금제도가 도입되면 국민연금 개인연금과 더불어 선진형 국민복지체계라 할 수 있는 국가―기업―개인의 「3층 보장체계」가 완성된다. 이런 중요성을 고려한다면 퇴직연금은 수탁 금융기관의 이해관계가 아니라 사회복지 측면에서 근로자 노후생활보장을 가장 확실하게 책임질 수 있는 금융기관이 취급해야 한다고 본다.
박진근(한국경제학회 회장·연세대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