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일원에 대한 통일외무위원회의 국정감사에서는 예상대로 지난달 중순 비밀리에 북한을 방문하고 돌아온 김우중(金宇中)대우그룹 회장의 방북에 여야의원들이 의혹어린 질의를 했다.
첫 질의에 나선 자민련의 박철언(朴哲彦)의원은 김회장의 방북과 관련, 정부의 밀사설이 나돌고 있다며 『이래선 안된다』고 지적했다.
이에 권오기(權五琦)부총리겸 통일원장관은 『북한측이 김회장 방북을 공개하는 것을 대단히 꺼려 부득이 그렇게 됐으나 김회장이 밀사역할을 하지는 않았다』고 해명했다.
권부총리는 또 『공개하는 것보다 그냥 갔다 오는 편이 더 이익이 된다고 생각했다』며 『그렇지만 법에 어긋나지 않도록 절차를 밟았다』고 말했다.
그러나 곧 이어 질의에 나선 국민회의 김상우(金翔宇)의원은 『방북 허가의 적법성에 논란의 여지가 있다』며 『변칙적으로 방북을 승인한 것 아니냐』고 다시 따졌다.
야당으로선 정부여당이 대선을 눈앞에 둔 상태에서 대북정책을 선거카드로 이용하지 않을까 우려할 수밖에 없는 만큼 사실대로 해명하라는 것이 그의 요구였다.
권부총리는 다소 당황한 목소리로 『변칙은 아니었다』고 주장하면서도 『지금까지 이런 식으로 방북승인을 한 일은 없었다』고 실토했다. 권부총리의 답변을 지켜보던 통일원 간부들은 안절부절 못했다.
여당인 신한국당의 김도언(金道彦)의원은 『김회장이 북한측과 이산가족 상봉문제를 논의한 게 아니냐』고 물었다. 또 같은 당의 이신범(李信範)의원도 김회장이 방북중 김정일(金正日)을 만났는지 밝히라고 요구했다. 통일원측은 김회장 방북을 둘러싼 의혹을 일관되게 부인했으나 의원들은 설득력이 약한 이같은 답변을 그다지 수긍하지 않는 분위기였다.
〈한기흥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