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인민군 차수 이두익(李斗益)의 망명설은 황장엽(黃長燁)전노동당비서와 장승길 전이집트주재 북한대사의 잇단 망명후 북한 고위층의 탈북 도미노 현상을 기대해 온 정보소식통과 일부 언론이 빚어 낸 해프닝으로 밝혀졌다. 중국 베이징(北京)은 북한과 관련된 온갖 첩보와 소문이 난무하는 곳. 이곳에 이씨의 망명설이 유포된 것은 지난달 30일로 알려져 있다.
이같은 소문은 한국 특파원들의 귀에 들어갔고 일부 특파원은 이를 토대로 이씨 망명에 관한 기사를 송고했다. 중국이나 한국 정부의 공식 확인을 거치지 않은 내용의 이 기사는 31일자 한 영자지에 1면 두번째 머릿기사로 실렸다. 그러나 AFP통신은 이두익이 신병치료차 중국에 와 있다는 사실만 타전했다.
이씨의 망명설이 증폭된 것은 이날 저녁부터. 동아일보 등 언론사에는 이씨 망명의 사실 여부를 묻는 독자들의 전화가 걸려오기 시작했고 서울과 베이징에서 밤새 확인작업이 진행되는 과정에서 소문은 꼬리에 꼬리를 물고 커졌다.
결국 사실과 소문이 뒤범벅된 상태에서 일부 언론사는 1일 이를 대대적으로 보도했으며 정부와 관계당국은 『이두익의 망명설은 사실과 다르다』고 부인하기에 이르렀다.
이에앞서 베이징에선 지난 5월말 북한대사 주창준(朱昌俊)의 망명설이 나돈 바 있다. 또 모스크바에선 최근 북한대사 손성필(孫成弼)의 망명설이 나돌았으나 사실이 아닌 것으로 판명됐다.
이번에 망명설이 나돈 이두익은 호위사령관 원수 이을설(李乙雪), 군총정치국장 차수 조명록(趙明錄) 등과 함께 김일성(金日成)의 경호원을 지낸 항일빨치산 출신의 혁명1세대로 북한정권 창립의 핵심그룹에 드는 인물이다.
〈한기흥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