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JP연대처럼 야당이 정권교체를 목적으로 힘을 합치는 것은 지극히 자연스러운 일이다. 유럽에서는 「연합민주주의」라는 용어가 나올 정도로 정당간 연합이 관례로 돼 있다.
우리나라는 사정이 다르다. 대선전략의 일환으로 후보간 연대가 이뤄진다는 인상을 주기 때문이다. 하지만 DJP연대의 경우 오랫동안 공개적으로 국민 여론을 수렴해 이루어낸 것이므로 부정적으로 볼 일이 아니다.
반면 이회창(李會昌)―조순(趙淳)연대는 과정의 투명성과 공론화가 부족했다. 당론을 수렴하지도 않고 전격 결정, 민주당이 분해되는 결과를 가져왔다. 특히 이―조연대는 오로지 DJP에 반대하기 위해 선거용으로 급조됐다는 비판이 있을 수 있다.
같은 맥락에서 이회창―이인제(李仁濟)연대가 이뤄지면 이것도 대선 승리만을 위한 정략적 발상이란 지적을 면키 어렵다. 두 사람은 원래 3김청산과 세대교체 등 대선에 임하는 전략 목표가 서로 달랐다.
특히 당내경선을 둘러싸고 한쪽은 도덕적 결함을 주장하며 경선결과를 부정해 왔고 다른쪽은 형식논리를 강조하며 경선불복을 비난해 왔다. 이제 선거에 이기려고 다시 합쳐지는 결과가 된다면 그동안 자기들이 주장해온 논리의 모순이 된다. 선거승리만을 위해 명분도 논리도 부정할 수 있다는 구태를 답습하는 결과가 된다는 것이다.
연대가 정당성을 가지려면 정책통합의 방향으로 나아가야 한다. 자리 나눠먹기, 정파이기주의를 충족하는 연대가 돼서는 안된다.
연대라는 큰 틀속에서 실리와 인맥 위주의 이합집산(離合集散)이 나타나고 지역분할구도를 세분화시키는 경향이 있는 것은 우려할 만한 일이다. 각 정파가 내건 연대의 명분이 굴절되지 않고 그대로 지켜질 수 있는지 국민이 지켜보는 일도 매우 중요하다.
김호진<고려대교수·정치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