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PEC 결산]구겨버린 체면…불신감해소는 성과

  • 입력 1997년 11월 26일 19시 53분


『얻은 것은 심리적 안정, 잃은 것은 체면』 26일 폐회된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정상회의를 통해 우리가 얻은 득실을 한 일본기자는 이같이 간명하게 평가했다. 이 평가처럼 APEC회의를 통해 우리는 「발등의 불」인 국제사회에서의 불신감 해소라는 성과를 거뒀다. 빌 클린턴 미국 대통령을 비롯한 각국 정상들이 금융위기에도 불구, 한국경제의 견실함을 평가하고 적극지원을 다짐함으로써 외국투자가들의 「탈(脫)한국 러시」를 막을 수 있는 심리적 방파제를 확보한 것은 사실이다. 또 다자간 정상회의를 통해 한국의 금융위기가 세계의 금융상황과 직결되는 문제라는 점을 부각시킴으로써 국제통화기금(IMF)과 진행중인 긴급금융지원 논의에도 상당한 도움이 될 것으로 정부관계자들은 기대하고 있다. 그러나 적어도 양자관계에 국한시켜 본다면 이렇다 할 성과를 찾기 어렵다. 특히 미국은 말로는 대한(對韓)지원을 다짐하면서도 직접행동에는 나설 의사가 없음을 우회적으로 시사했다. APEC차원에서 보더라도 26일 채택된 공동선언문의 내용은 지난 18,19일 이틀간 열린 재무차관회의의 내용을 되풀이하는 데 그쳐 알맹이가 없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아무튼 APEC회의를 통해 입은 최대의 손실은 두말할 나위없이 국가적 위상의 하락이다. 화급한 상황속에서 어쩔 수 없는 일이었기는 하지만 김영삼(金泳三)대통령이 개별 정상회담에서 금융위기지원에 적극 나서줄 것을 호소하는 모습을 놓고 일부 외국언론인들은 서슴없이 「굴욕적 상황」이라고 평했다. 미국이 한국에 대한 직접지원을 주저하는 이유에 대해 한 미국기자는 『한국기업에 돈을 빌려주면 쓸 데 없는 데 낭비한다는 불신감이 뿌리깊게 자리잡고 있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무분별한 중복과잉투자와 재테크에 몰두하는 재벌들의 행태를 꼬집은 얘기다. 이번 APEC회의를 통해 얻은 중요한 성과가 있다면 그것은 「국제사회가 우리경제의 근본적인 체질변화를 요구하고 있으며 이에 부응하지 않을 경우 더욱 어려워질 것」이라는 교훈을 확인했다는 점이다. 〈밴쿠버〓이동관·홍은택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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