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명제 대체입법 파장]정치권-청와대, 충돌 예고

  • 입력 1997년 12월 1일 20시 03분


대선정국 최대 현안인 금융실명제 보완을 위해 대체 입법을 하는 방향으로 한나라당 국민회의 자민련 3당이 의견접근을 봤으나 청와대가 반대입장을 분명히 하고 있어 정치권과 청와대의 충돌이 예상된다. 3당 정책위의장과 원내총무가 1일 연석회담에서 이같이 합의를 봄으로써 대선 전에 금융실명제 대체입법안이 국회에서 통과될 가능성이 커졌다. 그러나 청와대의 입장이 바뀌지 않을 경우 김영삼(金泳三)대통령의 법률안거부권 행사로 파란이 일 것으로 예상되고 있는 것이다. 3당의 입장에도 부분적인 차이는 없지 않다. 국민회의와 자민련은 대체입법을 제정하되 일부 조항은 국제통화기금(IMF) 관리기간 중에 한시적으로 시행을 유보하자는 입장이어서 실무협상과정에서 진통을 겪을 가능성이 있다. 정부와의 협상과정에서 금융실명제 대체입법과 금융개혁법안 처리 문제에 대해 의견을 표명한 것으로 알려진 IMF의 「입김」도 변수다. 3당 정책위의장이 정부와 IMF의 협상보고서가 국회에 제출된 뒤 금융실명제 대체입법안 처리문제 등을 다시 논의키로 한 것도 그 때문이다. IMF뿐만 아니라 금융실명제의 사실상 백지화에 대한 시민단체 등의 반발이 거세지고 각 정파가 대선을 앞두고 표만을 의식해 졸속입법을 서두른다는 여론의 비난이 거셀 경우에는 금융실명제 대체입법안의 대선전 통과는 불투명해질 가능성도 있다. 홍사덕(洪思德)정무1장관이 1일 금융실명제 대체입법안은 대선 직후에 처리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주장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한나라당은 이날 회담에서 사실상 금융실명제 긴급명령을 폐지하고 금융소득분리과세 무기명장기채권발행 산업자금출처조사 면제 등을 조세법 체계로 흡수하고 금융거래 비밀보장에 관한 특별법을 제정해야한다고 주장했다. 국민회의와 자민련은 현행 실명제의 골격을 살려 새로운 법안을 만든 뒤 자금출처 조사와 금융소득종합과세 조항 등을 IMF 관리기간 중에는 시행을 유보하는 경과규정을 두자는 입장이다. 이날 회담에서도 금융개혁법안 처리와 관련한 3당의 입장엔 변화가 없었다. 한나라당은 13개 관련법안의 일괄처리를 주장한 반면 국민회의와 자민련은 재정경제원의 통합 금융감독기구 관장에 거듭 반대입장을 밝히고 금융감독기구를 통합하더라도 독립적인 기구를 만들어 감시해야 한다는 입장을 고수했다. 그러나 만약 대선전 3당합의로 금융실명제 대체 입법안을 처리하더라도 금융개혁 법안중 쟁점이 되고 있는 한국은행법 개정안과 금융감독통합기구법안 등 2개 법안은 제외하고 나머지 11개 법안만 분리처리할 가능성도 없지 않다. 〈김재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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