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언대]강정석/대통령 이번엔 제대로 뽑자

  • 입력 1997년 12월 9일 07시 22분


우리 국민은 정부수립 이후 지금까지 숱한 선거를 치러왔다. 우리 손으로 뽑은 지도자들에게 나라를 맡겼으나 안타깝게도 나라 전체가 만신창이가 되어 총체적 위기에 직면하게 되었다. 이같은 위기를 정치지도자들의 책임으로 돌릴 수만은 없을 것 같다. 누가 그들을 선출하였는가. 군사정권에서 문민정부 탄생까지 국민이 과연 주권을 얼마나 제대로 행사하였는지 각자 냉정히 자문할 때다. 우리나라의 경우 국가의 흥망성쇠가 정치지도자의 역량에 따라 좌우될 만큼 정치지도자가 사회 전반에 미치는 파급효과는 막중하다. 돌이켜보면 나라가 이 지경에 이르기까지는 상당 부분 국민이 주권을 현명하게 행사하지 못한 데 원인이 있음을 알 수 있다. 대통령이 되어서는 안될 사람을 청와대로 보냈고 함량미달 국회의원들에게 금배지를 달아주었기 때문이다. 염불에는 뜻이 없고 잿밥에만 눈이 멀어버린 철새 정치꾼들과 권모술수의 귀재들을 양산하는데 국민이 큰 몫을 하였다고 해도 지나침이 없을 것이다. 15대 대통령선거일이 다가오고 있다. 선거철마다 어김없이 나타나는 상호비방 흑색선전 지역감정 색깔논쟁이 서서히 일어날 징후가 보인다. 대통령선거 때마다 이같은 망국병에 휩싸여 국민은 깨끗하고 공명정대한 투표를 할 수 없었던 것이 사실이다. 나라가 이 지경이 되었는데도 반성과 자숙은커녕 망국병을 부추기려는 망령이 되살아나고 있다. 국민의 이름으로 지탄받아 마땅하다. 이런 정치간신배들의 계략에 말려들어 또다시 냉정을 잃고 투표권을 감정적으로 행사한다면 총체적 위기는 총체적 파국으로 치달을 수밖에 없다. 국민의 정치의식이 크게 변하지 않는 한 새로운 정치, 새로운 국가를 건설할 수 없다. 대통령을 잘못 선택하면 부정부패가 만연하며 경제가 파탄지경에 이르러 국가 존립이 위태롭게 된다는 것을 뼈저리게 체감하고 있다. 나라 전체가 병색이 짙어졌다. 사경을 헤매는 경제를 화급히 회생시키고 고질적인 한국병을 치유하는데 어느 후보가 적합한지 고뇌하지 않을 수 없다. 각 후보의 장단점을 치밀하게 검증한 뒤 성숙한 정치감각으로 지혜로운 투표를 해야 한다. 현명하지 못한 국민에게는 그 수준에 걸맞은 대통령이 나올 수밖에 없음은 자명한 이치다. 지금이야말로 국민의 예지로 난국을 수습해야 할 때다. 국민 모두가 내 한표로 난국을 수습할 수 있다는 엄숙하고 경건한 마음으로 대통령 선거에 임하자. 강정석<조선대교수·영문학>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