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격적인 「TV정치」시대라지만 정작 방송사들은 후보자들의 갑작스러운 방송연설 취소, TV토론회 시간변경 등 선거방송의 잦은 변동으로 골머리를 앓고 있다.
KBS1 TV는 9일 허경영 공화당후보와 김한식 바른나라정치연합후보 방송연설 등 2개가 잇따라 취소되면서 15분으로 예정됐던 뉴스네트워크를 35분으로 늘려잡고 20분짜리 「세계는 지금」을 집어넣는 등 편성을 급하게 바꿔야 했다. 전날인 8일 밤8시10분에도 허경영후보의 방송연설이 갑작스레 취소되는 바람에 「긴급리포트―IMF위기 어떻게 극복하나」를 부랴부랴 만들어 내보냈다.
10일 오전10시에 예정됐던 군소후보 합동토론회의 TV중계도 14일 같은 시간으로 옮겨가는 바람에 주말 프로 조정도 불가피하게 됐다.
한 관계자는 『방송연설 시간은 변경할 수도 없고 펑크가 나면 메울 20분짜리 「토막 프로」가 많지도 않아 방송연설 취소가 가장 골치 아프다』며 한숨.
방송연설 취소에 따른 편성변경이 어쩔 수 없는 경우라면 방송사가 자진해서 편성을 「파괴」하는 경우도 있다.
MBC는 6일 주말드라마 「그대 그리고 나」를 밤7시부터 2회 연속방송했다. 이는 주말드라마 방송시간인 7일 밤8시에 열렸던 대선후보 합동토론회 때문. 14일 마지막 합동토론회가 예정되어 있는 이번 주말에도 「그대 그리고 나」를 2회 연속방송할 예정이다. 지난 2일에도 전날 열렸던 TV토론회를 피해 MBC가 「복수혈전」을, SBS가 「사랑하니까」를 각각 2회분량씩 연속방송했다.
한편 TV 3사의 대선후보 토론회 공동중계로 이득을 보는 채널은 KBS2TV. 토론회에 식상한 시청자들이 몰리기 때문이다. 수목드라마 「그대 나를 부를때」가 「어부지리」를 본 대표적인 경우이며 새 주말극 「웨딩드레스」도 7일 TV토론회와 겹쳐 32%의 높은 시청률을 기록했다.
〈김희경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