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차례에 걸친 3당 대통령후보들의 TV합동토론회는 「미디어 선거」의 원년을 열었다는 긍정적 평가에도 불구하고 적지않은 문제점을 남겼다.
무엇보다 「정책대결」이 아닌 「정치공방」에 치우쳤다.
경제(1일) 정치 외교(7일) 사회 문화(14일) 등 주제와 관계없이 후보들은 매번 병역 비자금 경선불복 등 상대 후보의 「약점캐기」에 열을 올렸다. 『이런 식이라면 굳이 토론회를 세번씩 해야 할 이유가 있느냐』는 항의가 잇따랐다.
주제에 맞는 답변이더라도 「수박 겉핥기」에 그친 경우가 많았다. 과외를 없애겠다면서 방법은 제시하지 않았고 긴축예산을 짜겠다면서도 무슨 항목을 얼마나 삭감할지 언급하지 않았다. 상대 말꼬리를 잡아 『나는 의견을 달리한다』면서도 정작 다른 의견을 내놓지않기도 했다.
이런 현상이 빚어진데는 토론 진행방식도 한 몫을 했다. 질문은 거창한 내용인데 반해 답변 시간은 무조건 1분이나 1분30초로 제한, 깊이 있는 토론을 원천적으로 막았다. 이때문에 후보들이 한 질문에서 시간을 많이 쓰면 다른 질문이나 마지막 발언 때 그만큼 시간을 적게 주는 「총량시간제」를 도입해야 한다는 여론이 많았다.
사회자의 역할에도 문제가 있었다는 지적이다. 사회자가 준비된 질문만 던지고 발언순서나 알려주는 「단순 기능」에 머물러 「공정성 시비」는 줄일 수 있었지만 반면에 토론이 전체적으로 경직되고 산만해졌다는 것이다.
특히 지난달 26일 후보등록직후 동아일보가 주최하고 YTN이 중계한 사상첫 합동토론회와 비교할 때 진행의 「밀도」가 부족했다는 평이다. 당시에는 진행자 외에 3명의 패널리스트가 쟁점별로 답변을 유도, 토론의 열기를 높였으나 TV3사 합동토론회에서는 이런 모습을 찾아보기 힘들었다는 것이다.
후보들이 서로 한마디도 지지않으려고 설전을 벌이는 바람에 국가 최고지도자로서의 인간적 풍모와 여유를 느낄만한 발언을 듣기 어려웠다는 것이 중론이다.
TV 3사가 합동중계를 하는 바람에 시청자의 채널 선택권을 막고 전파를 낭비했다는 지적도 많았다. 각 방송사가 시점을 달리해 주제에 따라 별도 토론회를 여는 것이 낫다는 대안도 나왔다.
그러나 이런 문제점에도 불구하고 합동토론회는 여론의 주목을 끄는데는 큰 성공을 거뒀다. 우선 시청률만 해도 1차는 55.7%, 2차는 52.5%였다. 1차 토론회후 실시된 본사 여론조사 결과 「지지후보를 바꾸거나 바꿀 예정」이라는 응답자도 10.4%에 이르렀다.
연세대 송복(宋復)교수는 『정책토론이 아닌 인신공격에 치우치고 토론 진행에 근본적인 문제가 있었지만 선거풍토에 새바람을 가져왔다는 점에서 합동토론회의 의미는 크다』고 말했다.
〈송인수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