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대중(金大中) 대통령당선자와 정치권이 선거운동 기간 중에 각당이 주고받은 고소고발사건을 소취하 등으로 적당히 마무리 지으려고 하는 것은 선거후유증을 최소화하기 위한 국민화합적 조치로 이해할 수도 있다.
그러나 명백히 법을 위반한 사안도 진상규명 작업을 하지 않은채 얼버무리려는 것은 「누이좋고 매부좋은」식으로 일을 처리해온 정치권의 집단이기주의라는 비난도 없지 않다.
물론 친고죄 등 고소 고발자의 의향에 따라 소취하여부를 결정할 수 있는 경우도 있지만 이번 선거운동기간에 제기된 수많은 의혹중에는 사회정의를 위해서도 반드시 규명해야 할 것이 적지 않다.
「DJ비자금」을 둘러싼 논란도 그중 하나다. 한나라당 이회창(李會昌)후보가 강삼재(姜三載)당시 사무총장과 이사철(李思哲)대변인을 시켜 발표토록 한 것으로 김당선자가 수천억원대의 비자금을 조성해 왔다는 주장이다. 이 사건은 특히 김당선자 친인척들의 예금계좌번호까지 공개한 것이어서 실명제위반논란까지 불러왔다.
검찰은 『선거에 영향을 미칠 수 있으므로 선거후 수사하겠다』는 「한시적 유보」방침을 밝혔다. 김당선자와 이후보도 여러차례 비자금조성과 실명제위반 여부를 철저히 가려야 한다는 입장을 밝혀왔다.
이 비자금의혹은 사실일 경우 김당선자가 당선직후 줄곧 주장해온 「정경유착근절」이라는 집권구상이 허구임을 입증하는 것이다. 반대로 사실무근일 경우 이후보의 도덕성에 큰 타격을 주게 된다.
국민회의가 제기한 이회창후보와 북한당국과의 「비밀거래의혹」도 중요한 사안중의 하나다. 국민회의는 이후보가 정재문(鄭在文)의원을 통해 북한조평통위원장 대리 안병수측과 접촉, 이른바 「오익제(吳益濟)편지」를 보내도록 하는 등 「북풍」을 조작했다고 주장했다. 국민회의는 또 이후보가 『북한이 남북정상회담과 이산가족상봉 등을 허용할 경우 1억달러상당을 그 대가로 지불한다』는 내용의 비밀거래도 했다고 주장했다. 국민회의는 이같은 사실을 믿을 만한 정부관계자로부터 제보를 받았다고 주장했었다.
만약 국민회의의 주장이 사실이라면 이는 대통령후보가 선거에서 승리하기 위해 북한정권까지 동원했다는 점에서 심각한 일이 아닐 수 없다. 관계기관에 대한 사전통지없는 북한당국자와의 접촉도 명백한 국가보안법위반이다.
반대로 국민회의가 허위사실을 유포했다면 김당선자의 도덕성에 의문을 제기해야만 하는 사안이다.
국민회의가 『국민신당이 김영삼(金泳三)대통령으로부터 2백억원을 지원받았다』고 주장한 것도 그냥 넘길 사안은 아니다. 국민회의가 뒤늦게 취소하기는 했지만 김대통령이 「검은돈」을 조성했는지, 대통령후보가 이 「검은돈」을 받았는지를 밝혀내야 하고 또 사실이 아니라면 근거없는 주장에 대한 책임을 져야 한다는 것이다.
병무청직원 이재왕(李載汪)씨가 폭로한 이회창후보 장남의 고의감량의혹과 한나라당이 주장한 국민회의의 이씨 매수주장도 사실여부에 따라 파장이 작지 않은 문제다.
사채업자 강동호(姜東豪)씨가 폭로한 한나라당의 사채조달기도가 실명제를 위반했는지도 관심거리다. 한나라당이 강씨의 주장대로 연수원건물을 담보로 사채를 조달하려 했다면 실명제위반이며 특히 담보로 사용하려던 어음을 기업으로부터 입수한 경로도 규명해야 할 문제이다.
〈최영묵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