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한국 언론은 「국가부도위기」「금융공황」「국제통화기금(IMF) 식민통치」 등 대문짝만한 제목으로 연일 국민을 불안하게 하는 것 같다.
6.25 4.19 등을 거친 나는 비록 화교지만 한국에서 산 기간으로 치면 다른 사람에게 뒤지지 않을 만큼 오랜 세월을 한국인과 함께 느끼고 생활해온 준한국인이다.
어느새 들어선 고층건물과 함께 자동차 물결, 인파가 몰리는 전철, 널리 사용되는 카드 등은 정말로 발전이 가져다주는 문명의 모습이다. 그러나 IMF 구제금융을 쓰지 않으면 안될 처지가 됐다. 이 경제위기에 나도 가슴이 찢어지는 심정인데 심성이 따뜻하고 인정이 많은 한국민들은 어떤 심정일까. 생각만 해도 가슴이 아파온다.
이사오면 떡이라도 돌리는 민족. 김장철이 되면 동네 아낙네들이 도란도란 모여 수고를 함께하는 그 따뜻한 모습. 그 순진한 국민을 슬프게 만든 원인은 어디에 있을까. 나는 이런 진단을 한다.
원칙이 없는 정부 은행 기업, 특히 정직하지 못한 일부 재벌의 과욕과 공무원의 부패가 도를 넘고 있다고 본다. 「10대재벌」이니 「30대재벌」이니 하는 숫자놀음 대열에 들기 위해 계열사를 무분별하게 늘리려는 욕심이 생기고 그 욕심으로 국민의 돈인 은행돈을 마구 사용할 수밖에 없었다.
이 돈을 경영에 쏟기보다 부동산투기에 전용하기도 했다. 일찍부터 국제경쟁력을 향상시키는 기술투자에 활용했다면 어떠했을까. 또 부패가 심하면 나라가 망한다는 것은 역사적 교훈이다. 일부 졸부들의 외제병도 문제다. 외제를 사는 것이 문제가 아니라 분수에 맞게 사용하자는 말이다.
나는 한국 국민이 현명하고 성숙한 모습으로 이 경제난국을 이겨낸다면 다시 풍요로운 경제대국이 될 것이라고 본다. 그래서 IMF의 구제금융조건에 다소 무리가 있다손치더라도 흥분하지 말고 느긋한 자세로 극복해야 한다. 이 구제금융이 난파한 한국경제를 구해준다고 좋게 생각하자. IMF 구제금융을 부끄러운 일이 아닌 전화위복의 기회로 활용하자.
한국은 중국과 같이 5천년 역사를 자랑하는 찬란한 민족이다. 그동안 얼마나 많은 국난을 이겨낸 민족인가. 국민보다 지도층이 갈팡질팡하는 것이 안타깝다. 세상에는 음지가 양지되고 양지가 음지되는 진리가 있다. 흥분된 마음을 가라앉히고 다시 시작하는 각오로 허리띠를 졸라매고 달려가면 분명 희망찬 내일이 있을 것이다.
왕계문<연합중어중문연구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