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격동의 98정국①]뒤바뀐 여야…경제청문회등 곳곳 불씨

  • 입력 1998년 1월 2일 20시 41분


98년은 우리 정치사에 새로운 이정표를 세우는 해다. 2월이면 헌정 사상 선거에 의한 첫 정권교체가 공식적으로 실현되기 때문이다. ‘김대중(金大中)정권’은 새해 벽두부터 정권교체의 의미에 걸맞은 개혁작업을 서두를 것이고 이는 각 분야에 적지 않은 변화의 바람을 몰고 올 것으로 예상된다. 또 하나 유념해야 할 대목은 모든 국정을 국민회의와 자민련의 공동정부가 운영한다는 점이다. 이는 김당선자에게도 부담이지만 국민에게도 새로운 정치실험으로 받아들여질 것이다. 이 두가지 정치적 요인은 ‘국제통화기금(IMF)체제’라는 국난(國難)을 극복할 수 있는 발판을 만드느냐, 아니면 우리를 더욱 힘든 처지로 몰아넣을 것이냐를 가름하는 중대한 변수다. 무엇보다 신년은 ‘IMF정국’으로 명명할 수 있다. 앞으로 1년은 IMF협의사항을 구체적으로 이행하는 과정에서 정치가 경제를 지배하던 과거와는 달리 경제가 정치를 구속하는 현상이 빚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금융위기의 고비를 넘긴다는 것은 곧 기업의 연쇄도산과 대량실업사태를 의미한다. 따라서 정치권은 그 후유증을 최소화하는 데 모든 역량을 기울일 것으로 보인다. 특히 김당선자가 공약한대로 경제파탄에 대한 책임규명작업을 시작할 경우 정국은 ‘경제청문회정국’으로 전환되고 ‘한보청문회’보다 훨씬 큰 파장이 일어날 것이 확실하다. 따라서 올해는 정치권이 공생(共生)하기 위해 그 어느때보다 원만한 여야관계가 형성될 것이라는 관측도 있다. 특히 집권경험이 있는 한나라당이나 국민신당이 ‘반대를 위한 반대’를 하지 않고 건전한 비판세력의 모습을 보여준다면 정국안정과 국가위기 극복에 큰 도움을 줄 것으로 전망할 수 있다. 그러나 모든 사정이 낙관적이지만은 않다. 우선 ‘신여소야대’의 구도에 따라 정국혼란의 동인(動因)은 항상 내재해 있다. 권력의 속성상 거대야당은 여소야대구도 하에서 자신들의 몫을 극대화하려는 욕심을 버리기가 쉽지 않을 것이다. 반면 김당선자는 의욕적인 국정운영의지를 갖고 있다. 김당선자가 자칫 과욕을 부리고 한나라당도 ‘거야(巨野)’의 지분확보에만 신경을 쓸 경우 정국은 하루도 조용할 날이 없을 것이다. 또 다른 우려는 김당선자가 과거 ‘3당합당’과 같은 인위적 정계개편을 추진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것이다. 정부출범 초기부터 여소야대 상황에 시달려 “아무것도 할 수 없다”는 판단을 한다면 ‘안정적 원내의석확보’에 관심을 갖게 될 것이라는 얘기다. 인위적 정계개편은 필연적으로 반작용을 유발할 것이다. 정계개편의 촉발제는 한나라당의 핵분열 여부다. 한나라당의 분열 여부는 신년 초의 정국방향을 가늠할 최대관건이며 그 결과는 여권과 정치권 전체에 지각변동을 일으킬 수도 있다. 지난해 말부터 조짐이 보이고 있는 당권확보경쟁에 따라 한나라당은 어떤 식으로든 분열할 것이라는 견해가 적지 않다. 공약으로 내건 내각제개헌으로 인해 김당선자의 임기가 ‘절반’이라는 점도 중요한 관전포인트다. 김당선자가 자신의 짧은 임기를 지나치게 의식, 주요 정책을 수행하는 데 있어 ‘무리수’를 둘 수도 있다. 또 여야는 어차피 5월에 실시하는 지방선거에서 격돌할 수밖에 없다. 특히 서울시장 등 ‘차세대주자’를 결정하는 광역단체장선거는 신정부가 출범한지 얼마 되지 않은 시점에서 또 한차례의 선거바람을 예고하고 있다. 그러나 올 한해를 꿰뚫을 무엇보다 중대한 변인(變因)은 내각제개헌문제다. 자민련은 ‘DJP연대’의 궁극적 목적인 내각제개헌문제를 끈질기게 들고 나올 것으로 예상된다. 물론 국가위기상황에서 개헌문제를 공론화하기는 쉽지 않을 것으로 관측된다. 그러나 자민련은 한나라당 등 야권내 내각제선호세력과 물밑접촉을 강화할 것이고 이는 정계개편의 향배와 맞물려 연초부터 정가에 소용돌이를 일으킬 수도 있다. 이래저래 신년정국은 최초의 정권교체라는 사실(史實)이 지닌 의미 못지않은 격랑이 계속될 전망이다. 〈최영묵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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