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통화기금(IMF) 관리체제로 정치의 자기개혁이 더욱 절박해졌다. 정치가 경제의 정상적 발전을 왜곡하고 사회통합을 오히려 저해하던 구조와 행태를 이제는 유지할 수 없게 됐다. 정치개혁의 방향은 고비용 저효율을 저비용 고효율로, 대결과 대립을 경쟁과 타협으로 탈바꿈하는 것이어야 한다.
저비용 고효율의 구조와 관행이 자리잡으려면 정당 내부부터 수술할 필요가 있다. 우선 ‘조직과 돈’이면 된다는 시대착오적 발상을 버리고 지구당과 중앙당 기구를 대담하게 줄여야 한다. 그 대신 정책기능을 크게 확충하고 국민과의 쌍방향 대화를 활성화해야 정당도 살아남을 수 있다. 정당뿐만 아니라 정치인들의 지출항목을 원점에서 재검토, 소모적 부분을 과감히 도려내야 한다. 그것이 정경유착과 관치금융을 뿌리뽑고 경제를 정상화하는 정치역할의 시작이다.
여소야대 구도와 여야 정권교체는 자칫 파괴적 정쟁(政爭)을 부추기는 환경으로 작용할 수 있다. 그러나 나라형편이 너무 급박하다. 여야는 상당기간 정쟁을 자제하고 경제살리기에 힘과 지혜를 모아야 한다. 국익을 위한 대안을 놓고 생산적으로 경쟁, 성숙하게 타협해야 한다. IMF체제의 각종 개혁을 위한 국회의 뒷받침도 그 하나다. 정치가 갈등과 대결로 치달으면 외국은 한국을 다시 외면하고 국민도 등을 돌릴 것이다.
제반상황은 ‘정치빅뱅’요소를 안고 있다. 그러나 지금은 ‘경제빅뱅’의 준비와 대처에 매달릴 때다. 정치권의 인위적 재편은 시기도 아니고 실효적(實效的)일 것같지도 않다. 다만 5월 지방선거를 현행 지방행정구조로 치를 것인지 여부는 중앙행정기구개편과 함께 검토할 만하다. 지역주의 완화와도 관련되는 국회의원선거구 문제도 중장기 검토과제의 하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