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대중(金大中) 차기대통령의 비서실장인 김중권(金重權) 전의원은 자신이 한때 강한 ‘반(反)DJ’성향을 갖고 있었음을 부인하지 않는다. 그런 그가 지금은 DJ를 위한 전도사가 되려 한다. 독실한 기독교신자인 그의 표현대로 정치적 ‘사울’에서 ‘바울’로 변신한 셈이다.
김실장이 얘기한 DJ와의 관계는 소문과는 달리 담백하다. 92년 대선을 앞두고 대통령정무수석비서관으로 일할 때 당시 민주당후보였던 DJ와 인연을 맺었고 그후 근 5년동안 한번도 만난 적이 없다는 것이다. “작년 11월에야 갑자기 연락을 받고 김차기대통령을 만났다. 당시 나는 정치와는 연을 끊기로 작정하고 모대학 총장으로 부임할 예정이었으나 김차기대통령의 간곡한 권유를 받고 얼떨결에 입당원서에 도장을 찍고 말았다. 단지 그뿐이다.”
김실장이 DJ에 대한 인식을 바꾼 것은 정무수석 시절 DJ자택을 방문했을 때. 서재에서 기다리다 빼곡히 쌓인 전문서적에 손때가 묻은 것을 본 뒤부터였다. “그후 김차기대통령과 대화를 거듭하면서 그동안 내가 뭔가 잘못 생각했었다는 것을 느꼈다”는 게 그의 말이다.
그래서 김실장은 청와대비서실은 대폭 축소하더라도 홍보기능만은 강화하려고 한다. DJ의 국정철학과 진면목을 국민에게 알리고 보여주기 위해서다.
김실장은 또 정책기능도 강화하려고 한다. “나무가 아니라 숲을 보는 자세로 정책의 큰 틀을 만들어 김차기대통령을 보좌하겠다”는 게 그의 포부다.
그의 구상은 한마디로 ‘작지만 영향력 있는 청와대비서실’이라고 할 수 있다.
〈임채청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