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민련 김용환(金龍煥)부총재가 ‘비상경제대책위원회’에서 맡은 공식 직함은 없다. 굳이 이름을 붙이자면 김대중(金大中)차기대통령측 6인 비대위원의 ‘소집책’이다.
그러나 그는 비대위의 실질적인 ‘위원장’역할을 하고 있다. “위원장이든 뭐든 모든 것을 책임져 달라”는 김차기대통령의 주문도 있었지만 한번 일을 맡으면 꼼꼼하게 챙기는 그의 업무스타일 때문이다.
이런 ‘완벽주의’ 탓에 그는 종종 ‘독주(獨走)한다’는 눈총도 받는다. 그도 그런 사실을 알고 있지만 개의치 않는다고 말한다. 일이 우선이라는 설명이다.
김부총재는 비대위의 기능을 눈앞의 ‘외환위기 탈출’에만 한정하지 않을 작정이다. 새 정부의 경제정책 청사진을 마련하는 데까지 활동영역을 넓힐 생각이다. 그래서 일부에서는 경제분야에 관한 한 정책기획 예산조정 정부조직개편 등의 문제가 한번쯤은 그의 손을 거칠 것으로 보고 있다.
그는 이미 70년대 박정희(朴正熙)정권 시절 청와대경제수석과 재무장관을 지낸 ‘옛 인물’이다. 벌써 20년이 넘는다. 그때문에 ‘흘러간 물이 어떻게 물레방아를 돌릴 수 있느냐’는 말을 듣기도 한다. 그러나 그는 “외환위기의 고비를 넘긴 것은 비대위의 순발력있는 대응이 주효했기 때문”이라는 평가에 일단 만족하고 있다.
물론 그에게 맡겨진 일은 경제 뿐만이 아니다. 그는 DJP단일화협상의 자민련측 실무책임자였다. 차기 ‘공동정부’의 순항여부나 2년반 뒤의 내각제 개헌 등 ‘먼 곳’도 바라봐야 한다.
그러나 그는 그런 문제에는 아직 입을 다물고 있다. “차후의 일은 때가 되면 생각하자. 지금은 비대위 일 하나만으로도 복잡하다”는 게 그의 대답이다.
〈이철희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