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사람]金당선자 대변인 박지원

  • 입력 1998년 1월 7일 20시 03분


김대중(金大中)차기대통령의 ‘당선자대변인’으로 임명된 박지원(朴智元)전의원은 7일 “말을 많이 하는 대변인이 아니라 많이 듣는 대변인이 되겠다”고 말했다. 김차기대통령이 생각하고 있는 당선자대변인의 역할을 함축적으로 표현한 말이다. 갑작스런 당선자대변인직 신설이 최근 대통령직 인수위의 난맥상과 관계가 없지 않기 때문이다. 그는 “무엇보다 국민을 불안하게 하지 않으면서 당이든 인수위든 비상경제대책위원회든 각자 맡은 일만 조용하게 했으면 하는 게 김차기대통령의 생각”이라고 전했다. 박대변인은 단순한 대변인을 넘어 김차기대통령의 의중을 당과 각종 위원회에 전달하고 당과 각종 위원회의 전반적인 분위기를 김차기대통령에게 보고하는 ‘메신저’역할을 할 것으로 보인다. 또 때로는 여러 기구 사이에 마찰이 생기면 김차기대통령의 대리인으로서 ‘조정자’역할을 할 가능성도 있다. 그는 지금까지도 비록 비공식적이긴 했지만 비슷한 역할을 해왔다. 박대변인은 김차기대통령의 측근등용 배제원칙의 예외적인 존재였다. 인수위원 25명중 측근은 그 하나뿐이었다. 그리고 이번에는 더 무거운 자리를 맡았다. 그의 청와대행은 확정적이다. 그 자신도 그렇게 알고 있다고 했다. 이는 그의 근면성 때문이라고도 할 수 있다. 박대변인은 92년 정치입문후 거의 매일 밤 늦게까지 각계 인사를 만나 김차기대통령에 대한 이해와 협조를 구하고 다음날 이른 아침이면 어김없이 김차기대통령의 일산자택을 찾았다. 그는 4년1개월간의 야당 최장수 대변인 기록이 증명하듯 순발력도 뛰어나다. 그때문에 야당의 공적(公賊)이라는 말도 들었다. 김차기대통령 취임 후에도 그는 청와대의 풍향을 누구보다 정확하게 예보할 수 있는 사람으로 평가받고 있다. 박대변인은 그때문에 또 ‘악역’을 맡게 될 것 같다고 말했다. “오랫동안 김차기대통령을 곁에서 보좌하다 보니 본의 아니게 주변사람들로부터 적잖은 반감을 샀다. 그러나 이는 ‘김대중대통령 만들기’를 위한 충정이었음을 이해해줬으면 좋겠다”는 말도 그같은 눈총을 의식한 것으로 보인다. 〈임채청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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