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 이한동(李漢東)대표가 연일 김대중(金大中)차기대통령을 맹타하고 있다. 이대표는 8일 고위당직자 회의에서 “김차기대통령측이 기업활동을 지원하는 쪽으로 가야할 판에 마치 기업을 해부대에 올려놓고 칼질하는 듯한 모습을 보이는 것은 위험하다”고 비판했다.
그는 특히 김차기대통령측의 재벌 정책과 관련, “재벌의 경영혁신과 구조 조정을 통한 경쟁력 강화에 주안점을 두는 것이 아니라 국제통화기금(IMF)협약을 핑계로 재벌 해체를 위한 시도가 내재돼 있다”고 비난했다.
이대표는 “대기업 그룹의 구조는 상호지급보증 등 문어발식으로 형성된 복잡한 것”이라며 “‘하루아침에 사슬을 끊어버리라’ ‘이익을 남기지 못하는 산하기업을 처분하라’는 등의 얘기는 1년안에 죽으라는 소리나 마찬가지”라고 설명했다. 재벌개혁 의지를 공표한 김차기대통령을 정면 비판하고 나선 것이다.
이에 앞서 7일 당직자회의에서도 “김차기대통령이 행정개혁을 너무 서두르고 있다”며 “국가적 위기에 그런 과격한 방법이 과연 옳은 것인지 의문”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김차기대통령측을 ‘탱크를 몰고 온 점령군’에 비유하기도 했다.
그는 현재 한나라당 고위당직자 회의 참석자 가운데 가장 ‘과격한’ DJ 비판론자다. ‘다소 무른 게 아니냐’는 얘기를 들어 온 이대표로서는 화끈한 변신이다.
이대표는 “야당으로서 단순 비판이나 부정의 수준에 머무르지 않고 정책 대안을 제시하는 거대 야당의 모습을 살려나갈 것”이라고 말한다. 한나라당이 야당으로 체질을 전환하는 것과 함께 여권에만 몸담아 온 이대표도 야당정치인의 역할을 정립해 나가겠다는 의지의 표시다.
하지만 당내에서는 이대표의 DJ 비판이 여권보다는 당내를 겨냥한 게 아니냐는 시각도 있다. 김윤환(金潤煥) 김덕룡(金德龍)의원측 등 당내 각 정파들이 “조순(趙淳)총재―이대표 체제가 당의 중심세력이 될 수 없기 때문에 적절한 대여 대응을 못한다”는 비판을 의식한 게 아니냐는 것. 이대표가 명실상부한 당의 ‘대표’로 거듭날지 관심이다.
〈박제균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