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삼청동 대통령직인수위원회에는 연일 고위공직자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다. 업무보고를 마친 61개 정부기관의 평균 보고인원을 10명으로 잡아도 그동안 이곳을 다녀간 공직자만 6백명이 넘는다.
○…인수위는 보고참석 인원을 청 단위 이상은 보직국장,산하기관은 집행간부까지로 제한했다. 국정 수행에 차질을 빚지 않도록 하기 위해서다.
이종찬위원장은 특히 “장관들도 보고에 꼭 참석할 필요는 없다”고 말했다. 그러나 하루 이틀 지나면서 이 원칙은 슬금슬금 깨졌다. 눈도장이라도 찍기 위해 온 간부들이 늘어났기 때문.
한 전문위원은 “핵심 부처는 대체로 ‘정예요원’만 보내는데 오히려 산하기관에서는 부장급 이상이 총출동하고 있다”고 전했다.
○…정부기관의 ‘로비전’도 치열하다. 특히 정부조직개편 대상으로 거론되는 기관의 움직임이 활발하다. 특히 기관장은 인수위 핵심 인물들과 개인적 인연이 통하는 주변 인물을 총동원, 여론을 돌리려 애쓰고 있다.
공보처는 보고일이 9일인데도 지난해 말부터 수시로 직원을 보내 분위기를 탐색하고 있다. 사회문화분과의 한 위원은 “공보처 공직자들은 기회가 있을 때마다 ‘잘 부탁합니다’ ‘공보처는 정부의 홍보를 위해 없어서는 안되는 곳입니다’는 등 민망할 정도로 읍소를 한다”며 난처해 했다.
○…각 부처나 기관의 특성도 잘 나타난다. 외무부는 대외통상업무를 외무부로 끌어가기 위해 외국에서 갈고 닦은 ‘논리외교 실력’을 발휘, 통일외교안보분과 위원들을 설득했다.
평소 국가안보상 ‘비밀’을 강조하는 국방부와 안기부는 인수위원들에게만 보고를 하겠다고 공식 요청했다. 국방부는 7일 업무보고 때 회의실에 앉아있던 정부와 당에서 파견된 전문위원들에게 나가줄 것을 요청했다. 또 9일 보고를 하는 안기부도 인수위 사무실이 아닌 서울 세곡동 안기부청사에서 보고를 하겠다고 요청했다.
〈송인수·김재호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