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권은 했다는데 당이 갈수록 소외되고 있으니….”
12일 당 간부회의에 참석했던 국민회의의 한 당직자는 참석자들의 심정을 이렇게 전했다.
비상경제대책위 대통령직인수위 노사정대책기구 정부조직개편심의위 등 집권후 당이 ‘출산(出産)’한 각종 기구는 힘을 쓰는 모습인데 정작 그 모태(母胎)인 당은 무력감에 빠진 분위기다.
이날 간부회의에서 당 중진들은 정식으로 문제제기에 나섰다. 정권인수과정에서 배제되고 있는 자신들의 ‘자구노력’이기도 하다. 특히 관심을 끈 대목은 자칫 당과 각종 정권인수 관련 기구간의 경쟁으로 비칠 수도 있는 문제가 공식 제기된 것.
유재건(柳在乾) 박정수(朴定洙) 김근태(金槿泰)부총재와 김봉호(金琫鎬)지도위의장 김영배(金令培)국회부의장 등은 한 목소리로 “인수위 비상경제대책위 정부조직개편위 등의 활동내용을 우리는 언론보도를 통해 알고 있다”고 불만을 터뜨렸다. 이들은 또 “국가적으로 중요한 문제들에 대해 당내 조정기능이 없다”며 “당에서 주도적 역할을 해야 한다”고 목청을 높였다.
유부총재는 “김차기대통령의 대선승리를 위해 온 힘을 바친 당10역 등 당 간부들이 돌아가는 얘기를 언론보도를 통해서만 알게 되는 상황에 대해 자괴감까지 느끼고 있다”고 말했다.
중진들의 문제제기가 빗발치자 조세형(趙世衡)총재권한대행은 “자민련과의 양당협의회를 통해 각종 현안을 조정하는 방안을 김대중(金大中)차기대통령과 상의하겠다”고 무마 노력에 나섰다.하지만 각자 제 갈길을 가고 있는, 그것도 경쟁적 성격을 띤 각종 기구들을 당에서 통합조정해내기란 쉽지 않은 일이다. 이 모든 일이 김차기대통령의 의중에 걸려 있기 때문이다.
〈윤영찬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