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기구의 획기적인 개편이 새정부의 주요현안으로 떠오르고 있다. 작고 효율적인 정부의 필요성은 백번 강조해도 옳은 일로 오히려 만시지탄(晩時之歎)의 감(感)마저 있다.
그러나 염려되는 것은 너무 경제적 효율성만 강조된 나머지 보훈사업과 같은 국가의 정신적 기능이 소홀히 다루어지지 않나 하는 점이다. 돌이켜 보건대 근세사에 있어 우리나라처럼 격변이 많았던 나라도 드물 것이다.
구한말 열강의 침략으로부터 일제의 강점(强占), 6.25와 4.19혁명에 이르기까지 우리의 근세사는 그야말로 파란과 격동의 연속이었다. 그 환난의 고비마다 많은 우국지사와 호국용사들의 희생 하나하나가 우리 민족의 나아갈 길을 밝혀준 등불이 되었다.
국가보훈은 국가유공자와 그 유족에게 단순히 경제적 보답을 하는 산술적 차원의 문제가 아니다. 애국심과 희생정신에 대한 국민의무의 상징적 표현이며 국민의 애국심과 공동체 의식을 개발하는 정신 문화적 가치를 지닌다. 나아가 세계 유일의 분단국으로서 아직 북한이 적화통일의 야욕을 포기하지 않고 있는 현실을 감안할 때 국가보훈은 국토방위에 자발적이고 능동적 동기를 부여하는 역할을 한다는 점에서도 중요하다.
우리나라는 예로부터 충효를 표창하는데 소홀함이 없었다. 고려시대의 고공사(考功司), 조선시대의 충훈부(忠勳部) 등 당시 육조에 버금가는 직관(職官)을 두어 보훈행정을 관장해 왔다.
해방이후 보훈사업은 질적 양적인 면에서 괄목할 만한 발전을 이룩해온 것이 사실이나 아직은 보상적 측면에 치우쳐 있어 보훈을 통한 민족정기 선양 차원의 접근은 시작에 불과한 것으로 평가된다.
이런 관점에서 국가보훈의 제도와 기구는 단순히 생산성이나 능률성의 측면에서만 검토할 문제는 아니며 오히려 새시대에 맞는 국민적 구심점과 역량이 결집되도록 위상을 강화해야 할 것으로 믿는다.
새 정부는 경제적 처방 못지않게 국민의 애국심과 정체성을 심어주는 일에서부터 이 난국의 실마리를 풀어나가야 한다. 정부기구의 개편방향이 경제성에만 치우쳐 나무만 보고 숲을 보지 못하는 우(愚)를 범하지 않기를 바란다.
서상교 (광복회 사무총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