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조직개편심의위원회가 1차 시안을 내놓았다. 한마디로 ‘작은 정부’ 원칙에 충실하려고 고심한 흔적이 역력하다. 우선 부총리급의 재정경제원과 국토통일원을 장관급의 재정부와 통일부로 개편하고 총무 공보 법제처는 폐지해 총리실에 흡수키로 했다. 또 기능이 유사한 부처는 과감히 통폐합한다는 방침이다. 신설이 검토되고 있는 산업기술부 행정관리부 교육과학부 사회부 등은 2,3개 부처의 통합을 전제로 한 것이다.
시안의 또 다른 특징은 정보통신부의 우정(郵政)기능과 철도청, 문화체육부의 체육기능을 민간에 이양키로 한 것 등이다. 정부조직 개편이 작은 정부, 효율화, 민영화를 지향해야 한다는 점에서 옳은 방향 설정이다.
그러나 문제점도 많다. 작은 정부에 초점을 맞추다보니 조직개편이 기구축소와 집행조직 정비차원에 머물고 기능중심의 구조개편을 이끌어내지 못했다. 중앙정부조직 개편 못지않게 중요한 준정부조직과 지방정부의 조직 및 체계 개편을 뒤로 미룸으로써 정부개혁의 효과를 반감시켰다는 아쉬움도 남는다.
또한 이번 조직개편이 국정운영의 효율화를 지향해야 함에도 대통령과 국무총리실의 권력배분 문제가 정치논리에 이끌리고 있다. 정부개혁의 핵심 가운데 하나인 예산실 기능과 중앙인사위원회를 어디에 둘 것이냐를 놓고 줄다리기가 벌어지고 있다.
또 다른 핵심쟁점인 대외통상 기능의 일원화와 유사기능 부처의 통폐합 등 민감한 부분은 정치적 파장을 고려하느라 단일안을 내놓지 못했다. 정부조직개편에 따른 공무원 감축문제도 구체적인 방안 제시가 없다.
이 때문에 최종시안이 마련되고 정부조직법이 국회를 통과할 때까지 관련 부처들의 이기주의에 편승한 치열한 로비전이 전개될 것으로 보인다. 그럴 경우 정부조직개편은 자칫 행정논리가 아닌 정치논리에 따라 왜곡될 가능성도 없지 않다.
그러나 더욱 큰 문제는 평면적인 조직이식의 개편만으로는 정부의 기능과 역할이 바뀌는 것은 아니라는 점이다. 일본도 ‘작지만 효율적인 정부’를 목표로 22개부처를 13개 부처로 통폐합하는 개편을 단행했지만 종래의 관료주의적 행정패러다임에서 벗어나지 못해 정부혁신 노력은 계속 표류하고 있다.
정부개혁은 민주성 형평성 능률성이라는 행정이념의 실현과 국제화 개방화에 대응하는 정부경쟁력 제고에 중점이 두어져야 한다. 그렇다면 정부조직을 어떻게 바꿀 것인가 보다 왜 바꾸어야 하는지를 먼저 생각해야 한다. 국민과 기업을 위한 행정, 행정의 서비스 개념화, 서비스 질의 향상, 국민이 바라는 실질적 가치를 창출하는 참다운 행정개혁을 추구할 수 있는 방향제시가 있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