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민련 김종필(金鍾泌·JP)명예총재의 차기정부 총리임명을 둘러싸고 거대야당인 한나라당과 공동집권세력인 국민회의 자민련간에 냉기류가 흐르고 있다.
현재까지는 주전선(主戰線)이 한나라당과 자민련간에 형성됐지만 국민회의와 자민련간에도 총리실의 권한을 둘러싸고 미묘한 신경전이 벌어지고 있다.
한나라당 일각에서 JP총리 인준에 반대해야 한다는 의견이 나온 것은 이미 오래된 일. 이에 대해 자민련측은 “그럴 수 있느냐”며 발끈하고 있다.
김명예총재도 “15일 한 방송사 시사프로그램에 출연, ‘총리인준〓국가적 문제’라고 강조하면서 불편한 심기를 드러냈다. 김명예총재는 “차기 대통령이 새정부를 출범시키면서 누구와 함께 하겠다고 하는데 정당차원에서 호불호(好不好)를 밝히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주장했다. 그는 “새대통령에게 제약을 주는 것은 온당치 못하다”면서 “국가차원에서 생각해야 한다”고 못을 박았다.
그러나 한나라당 맹형규(孟亨奎)대변인은 이날 논평에서 “대통령이 하면 무조건 따라야 한다”는 발언이야말로 ‘집권독재 발상의 잠재적 표출’이라고 공격했다.
12일 조순(趙淳)총재 등이 JP총리 인준을 거부할 수도 있다고 말했을 때도 자민련은 “앞으로 무서운 정치가 시작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이 고위당직자는 당시 무서운 정치의 내용을 묻는 기자들의 질문에 “알만한 내용이 아니겠느냐”면서도 구체적인 언급은 피했다. 그러나 이 발언은 ‘의원빼가기’를 통한 한나라당 흔들기로 이해됐다.
한나라당도 성명을 통해 “자민련이 ‘무서운 정치’운운하며 협박성 발언을 일삼는 행태에 분노를 금치 못한다”며 “이 발언의 진의와 발언 당사자를 공개하고 국민앞에 사과하라”고 불쾌감을 숨기지 않았다.
14일 열린 의원총회에서 안상수(安商守) 이재오(李在五)의원 등 당내 다수의 초재선의원들은 JP인준 반대입장을 명확히 해야 한다는 강경론을 폈다.
반면 김종호(金宗鎬)의원은 JP인준 찬성의견을 나타냈고 김윤환(金潤煥)고문 김덕룡(金德龍)의원 등 중진들은 “내주초 다시 열릴 의원총회에서 당론을 결정해야 한다”며 신중한 입장을 보였다. 그러나 JP가 실세총리로 임명되면 한나라당의 충청권기반은 궤멸할 것이라며 인준을 반대해야 한다는 주장이 점차 세를 얻고 있다.
벌써부터 원외위원장 4명이 사퇴하고 시도의원 10여명이 자민련으로 간 상태에서 JP가 총리에 임명되면 충청권 조직은 물론 충청도 사람이 많이 사는 수도권도 타격을 입을 것이라는 주장이다.
국민회의는 그러나 한나라당이 처음에는 애를 먹이겠지만 ‘국제통화기금(IMF)정국’때문에 끝까지 무리수를 두지는 않을 것으로 낙관하는 눈치다. 거대야당이 IMF국난을 도외시하고 총리인준 반대로 집권세력의 발목을 잡게 되면 거센 비난을 받을 것이라는 관측이다. 오히려 국민회의측은 DJP합의를 내세우면서 자민련이 총리의 권한을 지나치게 요구하지나 않을지에 대해 더욱 걱정하는 것 같다.
〈최영훈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