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조직개편심의위원회(위원장 박권상·朴權相)는 15일 중앙정부기능의 지방이양과 규제개혁 등을 지속적으로 추진하기 위한 행정개혁처를 국무총리실 산하에 차관급 기구로 신설하고 대통령직속의 국가안전보장회의를 상설기구로 하는 내용의 ‘정부조직개편 1차시안’을 마련, 16일오후 국회에서 개최되는 공청회에 넘긴다고 공식 발표했다.
정개위 심의위원인 박상천(朴相千)국민회의 원내총무가 이날 발표한 ‘1차시안’은 부처별 1∼3개의 복수안을 담고 있으며 현행 2원14부5처2실4위원회의 정부조직을 16부1실3위원회 또는 16부4위원회로 정비하도록 했다.
정개위는 이 시안에서 재경원과 통일원을 장관급의 재정경제부와 통일부로 각각 개편하고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 사무처는 통일부로 이관키로 했다. 차관급인 병무청과 농촌진흥청 조달청은 1급청으로, 산림청은 농림부 본부에 내국화(內局化)하든지 1급청으로 각각 낮추기로 했다. 세무대학은 내년부터 신입생을 받지않고 폐지키로 했다.
정개위는 그러나 재경원 예산실을 개편한 예산처는 청와대 총리실 재경부에 두는 세가지안으로, 공무원인사를 관장하는 중앙인사위원회는 청와대 총리실에 두는 두가지로 각각 마련했다. 또 통상행정은 외무부를 확대개편한 외교통상부에 모아주는 방안과 대외경제부를 신설해 통상 및 대외경제 업무를 전담토록하는 두 가지안이 준비됐다.
16일 공청회에서는 이같은 복수안중 특히 △예산실의 향배 △외교통상부 또는 대외경제부의 신설 △해양수산부의 존폐 △내무부 개편 등의 문제가 쟁점으로 부상할 것으로 보인다.
▼예산실의 향배〓국민회의와 자민련이 총리실의 권한을 둘러싸고 물밑 신경전을 벌이고 있는 문제다. 차기정부는 국민회의와 자민련의 공동정권이고 내각제로 가는 과도기이기 때문에 내각도 이 원리에 따라 운영돼야 한다는 것이 자민련의 입장. 그러나 국민회의의 입장은 다르다. 박상천원내총무는 이날 1차시안을 설명하던 도중 질문을 받고 “예산처를 대통령 직속으로 두자는 것은 국제통화기금(IMF)체제라는 한국적 특수상황에서 대통령이 경제회생이라는 국가목표를 효율적으로 수행하기 위한 방안이지 별다른 정치적 뜻이 있는 것이 아니다”고 밝혔다. 그는 대통령제의 전형인 미국에서도 대통령이 예산관리처와 인사관리처를 직접 관장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박총무는 예산실을 재경부에 존치시키는 것에 대해서는 부정적 견해를 밝혔다.
▼외교통상부 또는 대외경제부의 신설〓외무부를 통상행정의 중심으로 할 것인지, 아니면 새로운 통상관련 부처를 만들 것인지가 핵심쟁점.
외무부를 중심으로 할 경우 외무부를 외교통상부로 개편, 여기에 재경원과 통상산업부 등 각 부처에 흩어져 있는 통상관련 기능을 집중시키자는 방안이다. 이럴 경우 전세계 재외공관 등 외교역량을 최대한 활용해 통상정책을 펴 나갈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단기적으로는 외통부에 관련부처의 통상전문가들을 모아 ‘통상협력본부’(본부장 특1급대사)를 신설, 운영의 독자성을 기해야 한다는 것. 반면 재경원 외무부 통산부의 통상기능과 대외경제 업무를 모아 대외경제부를 신설하자는 안도 있다. 이는 그동안 논의돼 왔던 통상대표부에 대외경제정책 기능를 더 부여해 만든 부서다.
▼내무부의 개편〓내무부는 처음에 처 또는 청으로 격하될 운명이었으나 막판에 정치적 비중이 고려돼 부단위로 기사회생하는 행운을 안게 됐다. 그러나 지방자치단체에 대한 지도 감독권을 대폭 축소해 자치부로 개편될 지, 아니면 총무처와 통합해 행정관리부로 개편할지는 미정. 자치부로 남을 경우 이름만 바꿔 과거처럼 통치권자의 수족역할을 할 우려가 있다. 행정관리부로 개편할 경우 같은 국가살림살이지만 총무처는 중앙정부, 내무부는 지방정부의 살림살이여서 이질적인 요소의 존립이 부작용을 초래할 수 있다는 지적도 있다.
〈윤정국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