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사정(勞使政)위원회가 19일 발표할 ‘고통분담 선언문’은 노사정 대타협의 서곡(序曲)에 해당한다.
노사정위원회를 구성한지 나흘만에, 그것도 노사정 3자간의 ‘국민협약’이 완전타결되기도 전에 고통분담을 위한 선언문부터 내놓기로 한 것은 무엇보다도 급박한 외환사정 때문이다.
19일 기초위원 회의와 전체위원 회의에서 합의되는대로 선언문을 미국에서 활동중인 투자유치사절단에 보내기로 한 것만 봐도 그 의미는 쉽게 알 수 있다. 국제통화기금(IMF)과의 합의사항을 충실히 이행하겠다는 실천의지를 담고 해외 투자자를 설득하기 위한 ‘대외용’ 성격이 강한 셈이다.
김대중(金大中)차기대통령측은 당초 17일 이전까지 부실금융기관에 대한 고용조정(정리해고)을 법제화해 해외자본의 투자유치를 유도하려는 방침이었다. 그러나 1월 임시국회 소집과 맞물려 노동계의 반발이 거세지자 방향을 수정했다.
고용조정에 관한 법제화가 다소 늦어지더라도 노사정위원회가 앞으로 언제 어떻게 무엇을 해나가겠다는 기본합의만 이끌어내면 한국의 국제적 신인도가 크게 높아질 수 있다고 판단한 것이다.
특히 노동계에서 금융기관 고용조정 법제화를 일방적으로 강행하지만 않는다면 노사정 협의에 관한 프로그램을 마련하고 실천의지를 표명하는데 합의해줄 수 있다고 제의해오자 이를 받아들였다.선언문의 두번째 의미는 앞으로 이뤄질 노사정 기본합의정신이 그 안에 담겨있다는 점이다. 향후 노사정 국민협약의 뼈대가 된다는 것이다.
이같은 두 가지 의미를 만족시키기 위해 고통분담 선언문에는 크게 기업경영의 투명성 확보 및 구조조정 문제와 노동시장의 유연성에 관한 사항이 핵심내용으로 담길 전망이다. 또 구체적 합의를 빠르면 1월말까지 마련하겠다는 일정에 관한 사항도 포함된다. 일정문제가 선언문에 담길 개혁 내용 못지 않게 중요한 것은 그 대외용 성격 때문이다.
1월내에는 노사정이 대타협을 이뤄내겠다는 의지를 천명함으로써 해외투자자들의 불안심리를 불식시키고 동시에 투자유치협상에서도 보다 유리한 위치를 차지할 수 있다는 것이다.
먼저 기업 경영의 투명성확보와 관련, 선언문에는 대기업집단체제의 개혁과 책임경영체제를 확립하겠다는 의지를 담게 된다.
이와 함께 비업무용 부동산 처분 등 경영합리화문제나 경영주의 사재(私財)를 기업에 투자한다는 내용도 들어갈 예정.
고용시장의 유연성을 높이는 부분에 대해서는 IMF의 요구대로 고용조정문제와 근로자파견제도 도입문제가 추상적인 선에서나마 포함될 것으로 전해졌다. 특히 김차기대통령측은 고용조정문제와 관련해 최대한 구체적인 내용이 담기기를 기대하고 있다.
노사정이 서로 상반된 입장을 넘어서 현 위기극복을 위해 협력하는 발빠른 움직임을 보인다는 점에서 선언문은 그 자체로 큰 효력을 발휘할 것이라는 의견이 많다.
〈김정훈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