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대중(金大中)차기대통령은 최근 3,4일 동안 가급적 다른 일정을 잡지 않고 ‘국민과의 TV대화’준비에 주력했다. 이번 TV대화 역시 실무진의 건의보다는 김차기대통령의 개인 의견이 더 많이 반영됐다는 후문이다.
○…김차기대통령은 18일 오후까지 서울 삼청동 임시숙소에 머물며 자료를 점검했다. 마지막까지 손질한 대목은 ‘여는 말’과 ‘닫는 말’이었다. 실무진이 각각 5분 분량으로 준비한 기초문안이 전반적으로 다소 딱딱한 느낌이 들었기 때문. 한 관계자는 “부드러우면서도 현실감 있고, 하고 싶은 얘기를 다 하면서도 듣는 사람이 희망을 가질 수 있도록 최종 순간까지 고심을 거듭하는 모습이었다”고 전했다.
○…16일에 열린 리허설에서도 김차기대통령은 준비자료를 거의 보지 않았다. 이때문에 실무진이 지난 10여일 동안 준비해온 방대한 ‘말씀자료’는 별로 쓸모가 없었다고 한다. 리허설에 참석했던 공보팀의 한 관계자는 “김차기대통령은 일사천리로 얘기를 하다가 간혹 말이 막힐 때마다 개인적으로 틈틈이 메모해온 수첩을 보는 식이어서 실무진의 한 사람으로서 솔직히 맥이 좀 빠졌다”고 말했다.
○…실무진이 가장 공들여 준비한 부문은 역시 경제분야였다. TV 3사를 통해 그동안 접수한 1만4천7백여건의 국민의견 중에도 외환 금융위기 등 경제실상과 관련한 내용이 전체의 75%를 차지했다. 김차기대통령은 그러나 어두운 경제실상을 솔직하게 공개하면서도 ‘우리는 할 수 있다’는데 초점을 맞췄다고 한다.
○…‘닫는 말’에 소개된 초등학생의 일화는 한 신문의 독자투고에서 인용한 것. ‘한집 한등을 끄면 2천만달러, 실내온도를 섭씨 1도만 낮추면 5천만달러를 절약할 수 있다’고 하려 했으나 “좀더 피부에 와 닿는 말을 해야 한다”는 실무진의 의견을 받아들인 결과라고 한 관계자가 전했다.
〈송인수·김재호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