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J「국민과의 대화」]「IMF」터널에 불 밝히겠습니다

  • 입력 1998년 1월 18일 21시 04분


여러분의 성원에 힘입어 제가 대통령에 당선한 지 오늘로 꼭 한 달이 되었습니다. 이 한 달이 제게는 마치 몇년처럼 길게 느껴집니다. 파탄 직전에 놓인 이 나라를 구해야 한다는 엄청난 중압감에 시달리면서 불면의 밤을 보내야 했습니다. 나라가 이 지경이 되기까지 도대체 정부는 무엇을 하고 있었는지, 분노와 절망감에서 벗어나기가 쉽지 않았습니다. 정부는 나라 살림이 거덜이 났는데도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에 가입했으니 이제 선진국이다, 국민소득 1만달러이니 이제 부자나라다”하고 허풍을 떨고 있었던 것입니다. 그러다 졸지에 국제통화기금(IMF)사태를 맞게 된 것입니다. 정경유착과 관치금융, 관료주의, 부정부패, 전근대적인 재벌경영을 방치해 온 정부가 마땅히 그 책임을 통감해야 합니다. 그러나 모든 책임이 정부에만 있다고는 할 수 없습니다. 대기업과 금융기관, 그리고 여야정치인, 과소비를 부추기는데 앞장서온 일부 계층…. 다들 책임을 인정하고 철저한 자기반성이 있어야 합니다. 이와 같은 반성의 토대 위에서 우리는 당장의 경제위기를 극복하고 이 나라를 어떻게 구할 것인지를 다 함께 생각해야 합니다. 과거의 잘못은 분명히 따져야 하지만, 이보다 중요한 것은 지금부터 우리가 어떻게 해야 하는가를 비장하게 결심하는 일입니다. 지금도 어렵지만, 우리 각자가 이겨내야 할 진짜 어려움은 ‘이제부터 시작’이라는 말씀을 드리지 않을 수 없습니다. 실업자가 더 늘어나고 물가는 더 오르고 부도나는 기업은 지금보다 더 많이 생겨날 것입니다. 그러나 결코 두려워하고만 있을 일은 아닙니다. 우리에게는 한국인의 저력이 있습니다. 6.25와 오일쇼크를 이겨내고 한강의 기적을 이뤄냈던 우리 민족의 강인한 힘을 저는 믿습니다. 문제는 우리들의 다짐과 실천입니다. 전화위복이라는 말 그대로 이 고비를 슬기롭게 넘기고 우리의 경제체질을 바꾸는 기회로 삼는다면 우리는 새로운 경제도약을 달성할 수 있을 것입니다. 이렇게 보면 지금의 위기는 ‘불행한 얼굴을 하고 나타난 행복’인지도 모릅니다. 우리는 절대로 여기서 주저앉을 수는 없습니다. 제가 선두에 서서 어두운 ‘IMF터널’에 불을 밝히겠습니다. 제가 아직 취임하기도 전에, ‘국민과의 대화’를 갖는 게 좋겠다는 방송협회의 출연요청에 응한 것은 작금의 나라 사정이 워낙 다급하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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