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내에서 조순(趙淳)총재와 이회창(李會昌)명예총재간의 연대, 즉 ‘조―이 연대’가 가동될 조짐이 보이기 시작, 당내 역학구조와 관련해 귀추가 주목된다.
조총재는 20일 오전 상임고문단회의에서 “당 사정상 명예총재의 역할이 여러가지로 필요하고 중요한 시점”이라고 운을 뗀 뒤 “앞으로 당헌을 개정, 명예총재에 대한 예우와 역할의 근거를 만들어 시행하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두 사람은 이미 대선 과정에서 ‘밀월(蜜月)관계’를 보였기 때문에 다시 연대 모습을 보인다고 해서 그리 이상한 일은 아니다. 그러나 지도부 경선이 기정사실화되는 당내 상황에서의 연대 움직임이라는 점에서 관심사가 되는 것이다.
사실 대선 이후 예상과는 달리 이명예총재가 강한 정치재개 의지를 드러내고 당내에서 총재직까지 포함한 당지도부 경선문제가 대두되면서 두 사람간에는 미묘한 기류가 형성됐었다.
이런 상황에서 조총재가 ‘당의 공동운영’이라는 카드를 꺼낸 것이다. 조총재의 이같은 포석에 대해 당내에서는 ‘경선돌파용’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최근들어 이명예총재 이한동(李漢東)대표 김윤환(金潤煥)고문 김덕룡(金德龍)의원 등 당내 실세들이 활발한 움직임을 보이고 있는 것과 무관하지 않다는 얘기다.
이들은 경선을 실시할 경우 총재직에 도전하겠다는 뜻을 이미 밝혔거나 은연중 ‘야심’을 내비치고 있다. 따라서 조총재로서는 대선전의 ‘총재임기 2년 보장’이라는 약속이 백지화되는 것을 막아야 하고 이를 위해서는 당내에 상당한 영향력이 있는 이명예총재의 도움이 절실한 처지다. 대구 방문 도중 측근을 통해 ‘명예총재 실세화’ 카드를 접한 이명예총재는 가타부타 말이 없이 ‘알았다’는 반응만 보였다는 것. 그러나 이명예총재가 그 정도의 카드로는 만족하기 어려울 것이라는 게 당내의 중론이다. 이명예총재의 한 측근은 “조총재가 실제로 어떤 역할을 맡길 구상인지를 보아야 하지 않겠느냐”고 반문했다.
〈최영훈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