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직인수위원회가 경제파탄 책임을 규명하기 위한 특감을 가능한 한 빨리 실시해 줄 것을 요구함에 따라 감사원의 발걸음이 빨라지고 있다. 감사원은 2월초 예비감사→2월말 현장감사→3월초 감사위원회 감사결과 확정→3월초 중순 경제청문회 개최라는 내부 스케줄을 잡아 이를 24일 인수위에 보고할 것으로 알려졌다.
인수위의 조기특감 요청은 김대중(金大中)차기대통령의 지시에 따른 것. 인수위 김정길(金正吉)정무분과위 간사는 “감사원 특감은 경제청문회의 예비단계 성격이 짙다”고 말해 국가의 공신력있는 감사원이 이번 특감에서 객관적 사실을 규명해 내면 이를 토대로 청문회를 개최한다는 방침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 과정에서 경제파탄 책임에 대한 국민적 공분(公憤)이 일어나면 이를 자연스럽게 청문회와 연결할 수 있어 사전분위기 조성용으로 보인다.
김차기대통령측이 청문회를 서두르는 것은 감사원이 현정부의 비리를 현정부임기내에 밝혀낸다면 차기정부는 ‘손안대고 코푼다’는 속담 격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지난 14일부터 관련자료를 수집해 온 감사원은 우선 설 연휴직후인 다음달 2일부터 1주일간 10여명의 정예 감사요원들을 대상기관인 청와대경제수석비서관실 재정경제원 한국은행으로 파견, 예비조사를 벌인 뒤 이를 토대로 감사위원회 회의를 거쳐 감사일정과 방향을 결정할 예정이다. 감사원은 이같은 준비작업을 거친 후 다음달 10일경 20여명의 감사요원들을 현장에 대거 투입, 공무원을 1대1로 면담 조사한다. 감사요원들은 △외환보유고를 허위 보고하지 않았는지 △위험을 알고도 묵살했는지 등을 추궁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문서화되지 않은 업무처리에 대해 공무원들이 발뺌을 하는 등 고전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또 강경식(姜慶植)전경제부총리와 김인호(金仁浩)전청와대경제수석은 공직을 떠난 만큼 잘못이 있더라도 징계할 수 없다는 점이 이번 특감의 한계로 꼽힌다.
따라서 이번 특감은 앞으로 검찰수사나 국회 청문회로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감사원은 미진한 부분들을 검찰에 수사의뢰하거나 수사자료로 통보하고 국회에도 청문회의 기초자료로 제출할 예정이다.
이렇게 해서 감사원은 2월말∼3월초에 현장감사를 마무리한 뒤 감사위 회의를 개최, 감사결과를 확정할 예정이다. 감사위 회의는 통상 현장감사 2개월 후에 열리나 긴급을 요하는 이같은 경우에는 단축될 것으로 보여 청문회는 빠르면 3월초 중순에 열릴 것으로 예상된다.
○…감사원은 현재 현장감사만 나가지 않았을 뿐 감사 분위기가 무르익은 준(準)전시상태로 돌입. 이미 재경원을 담당하는 1국 1과, 한국은행을 맡은 금융감사 전담반인 3국 1과 직원들은 이들 기관이 제출한 자료를 분석하고 새 자료를 수집하며 감사에 앞서 그물을 쳐놓는 서류작업을 진행중. 이중에는 금융감사 전담반이 지난해 11월 외환위기 회오리가 일기 시작할 무렵 한은 일반감사를 벌이며 확보했던 ‘한은의 재경원에 대한 외환보유고 보고내용’ 등의 서류도 포함된 것으로 알려져 눈길.
○…감사원이 준비기간을 다소 길게 잡고 있는 것은 사전준비가 성공여부의 50%를 좌우한다는 정설때문. 감사원은 또 한편으론 감사대상 공무원들이 인수위와 국회로 보고를 하러 다니고 뉴욕협상에 신경쓰는 등 급한 불을 끄려고 뛰어다니고 있어 이들을 붙들고 조사작업을 하는 것이 위기수습에 악영향을 미치지 않을까 우려하기도.
〈윤정국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