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 어업협정 파기/정부대응]단계적 강수 착수

  • 입력 1998년 1월 23일 19시 59분


일본이 23일 한일(韓日)어업협정의 파기를 통보해온 데 따른 정부의 대응전략은 ‘단계적으로 강도를 높여가겠다’는 것으로 요약할 수 있다. 정부가 이날 취한 첫 조치는 구속력이 없는 양국간 합의사항인 조업자율규제조치 이행을 무기한 중단한 것이다. 일본에 유리한 이 합의의 이행 중단으로 한국어선들은 홋카이도(北海道) 등 일본영해 인접수역에 출어하는 데 아무런 제한을 받지 않게 된다. 이 합의는 한쪽이 파기통보를 하는 날부터 효력을 잃기 때문이다. 이로써 한국의 저인망 오징어채낚기 장어통발어선들은 일본영해 인접수역에 바짝 접근, 조업함으로써 연간 1만2천t의 추가어획이 가능하다는 게 수산업계의 분석이다. 하지만 이에 따른 일본어민들의 불만 증폭과 일본해상보안청의 한국어선 단속 가능성으로 심각한 마찰이 예상된다. 유종하(柳宗夏)외무장관이 이날 기자회견에서 “자율규제 조치는 공해상에서 이뤄지는 것이므로 우리 어선을 나포할 수는 없다고 본다”고 미리 못박아두려는 발언도 이런 우려에서 나온 것으로 보인다. 정부는 이날 어업분야의 대응조치만을 밝혔지만 실제로는 점차 그 이상의 강력한 조치들을 취해 나갈 것이라는 것이 당국자들의 설명이다. 일본의 일방적 조치에 담긴 ‘의미’를 매우 중대하고 심각한 것으로 받아들이기 때문이다. 당국자들은 일본의 행동에 대해 ‘어업문제의 정치적 해결은 물론 새 정부와의 원만한 관계마저 포기하겠다는 메시지로 해석할 수밖에 없다’고 판단하고 있다. 일본이 ‘갈등해소’를 원했다면 20일 김영삼(金泳三)대통령과 김대중(金大中)차기대통령의 일방파기에 대한 경고를 받아들였을 것이라는 얘기다. 이에 따라 정부는 격화할 국민의 반일감정과 1년시한으로 이뤄질 새 협상 등을 감안, 일본의 ‘약한 고리’에 대한 ‘공세’를 펴지 않을 수 없다는 입장이다. 정부가 우선 일본군위안부 문제와 일본의 유엔안전보장이사회 상임이사국 진출 문제에 대한 입장을 재정리하겠다는 것도 이같은 맥락에서 이해할 수 있다. 군위안부 문제의 경우 김대통령의 대일(對日)보상 불요구방침 천명(93년3월) 이후 비교적 온건한 입장을 취해 왔지만 이제 일본정부의 법적 책임 문제를 본격 거론한다는 방침이다. 또한 ‘공개적인 찬성도 반대도 하지 않았던’ 일본의 유엔안보리 상임이사국 진출 문제에 대해서도 반대입장을 분명히 하겠다는 것이다. 정부의 이같은 조치가 가시화될 경우 한일관계는 그야말로 걷잡을 수 없는 국면으로 치달을 것으로 예상된다. 〈문철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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