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일 정부조직개편안이 확정발표되자 격상되거나 살아남은 부처에서는 소리없는 환호가, 폐지되거나 격하된 부처에서는 한숨이 흘러나오는 등 희비가 교차했다.
○…청와대 관계자들은 예산과 인사기능을 대통령직속으로 두기로 한 데 대해 “대통령이 국정의 최고 권한을 갖는 대통령중심제 아래서는 당연한 방향”이라고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다만 청와대 일각에서는 국정운영에 문제가 생겼을 경우 곧바로 대통령에게 책임추궁의 화살이 날아올 수 있으며 총리권한을 강화하겠다는 김대중(金大中)차기대통령의 대선공약과 관련, 자민련과 국민회의 사이에 갈등이 생길 수도 있다고 분석했다.
○…총리실 관계자들은 당초 총리실로 온다고 했던 예산실이 청와대로 넘어간 데에 아쉬움을 표시하면서도 행정조정실이 장관급 국무조정실로 바뀌는 등 총리실이 전반적으로 확대개편된 데 대체로 만족했다.
외무부는 재경원과 통산부의 대외통상기능을 외무부와 합쳐 ‘외교통상부’를 신설하는 방안이 최종 확정되자 “이는 국제적 추세”라고 환영하면서 조직개편을 위한 준비에 착수했다.
경제청문회를 앞두고 초긴장 상태인 재정경제원은 망연자실한 분위기. 재경원 관계자는 “그간 ‘슈퍼 재경원’을 뒷받침해 온 금융감독과 예산기능이 없어지면서 재경원은 쭉정이로 전락했다”고 한숨지었다.
○…통상산업부는 대외통상기능을 외무부로 이관하기로 한 개편안이 나오자 “예상은 했지만 너무 아쉽다”며 침통한 분위기. 통산부 관계자는 “부처 이기주의를 버렸기 때문에 대외통상기능을 포기하고 통상교섭처를 신설한다는 자체안을 냈던 것”이라며 “이마저 반영이 안됐다”며 안타까워 했다.
장관급 부처에서 국무총리실 산하 차관급 부처로 격하된 국가보훈처는 앞으로 보훈업무에 대한 정부내 관심이 줄어들어 국가유공자에 대한 지원과 예우 등이 소홀해질 것을 우려했다.
○…문화체육부 직원들은 그동안 교육부로 이관이 검토돼온 체육 부문이 그대로 남는 것으로 확인되자 안도하는 등 만족하면서 ‘자리’를 둘러싼 이해관계에 큰 관심을 나타냈다.
또 문화재관리국 등 직속기관과 관계 기관들은 새정부가 방만한 산하기관 정비를 거론하자 정비의 폭과 시기에 대해 벌써부터 촉각을 곤두세우며 본부와 관계 기관등에 수소문하느라 바빴다.
○…정보통신부는 공보처의 방송업무가 이관되는 등 기능이 오히려 강화된 데 대해 통신과 방송의 융합시대를 맞아 일관성있게 정책을 추진하라는 의미로 받아들이며 당연하다는 반응을 보였다.
한 고위간부는“국가와 기업경쟁력을 높이고 국제통화기금(IMF)시대에 경제위기를 극복하는 유력한 수단으로 정보화의 효용성을 인식한 결과”라고 해석했다.
○…해체된 해양수산부 직원들은 정부개편안이 ‘오히려 개악(改惡)됐다’며 크게 반발했다. 항만청과 수산청으로 양분되면 장관과 차관보 등 세자리는 없어지겠지만 차관급인 청장은 한 명에서 둘로 늘어나고 총무 기획관리 등 지원부서도 늘어나 오히려 조직이 커진다는 것. 또 일본 등의 주권시비에 효과적으로 대응하고 바다자원 개발을 위해서도 부 단위의 강력한 행정조직이 필요하다며 불만을 표출했다.
○…내무부와 ‘행정자치부’로 통합되는 총무처는 정부 수립이래 처음 맞는 부처 해체를 서운해 하면서도 기능은 그대로 보존된다는 점을 다행스러워 했다.
또 국정과 해외홍보기능은 문화부로 통합돼야 한다고 주장해온 공보처는 최종안에서 이 주장이 받아들여지자 현 부처의 원형이 크게 흩어지지 않게 됐다며 불행중 다행이라는 반응이었다.
〈김학진·조헌주·문 철·임규진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