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일 외교 안보분야에서는 차기정부가 철저한 현실 인식을 바탕으로 점진적으로 국익을 극대화시켜 나가겠다는 구상을 보여주고 있다. 특히 실현 여부가 불투명한 구호성 목표보다 정부의 의지에 따라 실현이 가능한 과제들을 선정한 점이 눈에 띈다.
차기정부가 김영삼(金泳三)정부와 가장 큰 시각차를 보이는 대목은 통일분야의 국정목표. 북한의 붕괴를 염두에 두고 봉쇄와 화해정책 사이를 수시로 오간 현정부와 달리 차기정부는 ‘햇볕론’에 입각, 북한에 화해의 손길을 내밀 전망이다.
남북한이 91년 합의했던 남북기본합의서의 이행을 강조한 점이나 정경분리 원칙에 따른 남북경협의 추진선언 등이 그것이다. 이는 북한을 자극하기보다 북한이 부담을 안 느끼는 방향으로 남북관계를 풀어간다는 원칙을 천명했음을 의미한다.
외교 안보분야에선 냉철한 실리주의 원칙이 더욱 두드러진다. 국제통화기금(IMF)위기 극복을 위해 경제통상외교에 주력하겠다는 방침은 냉엄한 경제전쟁시대에 생존해 나가기 위한 올바른 방향을 정립한 것이라 할 수 있다.
또 한미안보협력체제의 확고한 유지와 대(對)주변국 군사외교 강화는 차기정부가 북한에 대한 화해정책과 함께 안보의 중요성을 충분히 인식하고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
〈한기흥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