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리해고제 시행을 비롯한 고용조정 및 기업구조조정 관련법안이 14일 임시국회에서 처리됨에 따라 재계의 구조조정작업에 가속도가 붙고 더불어 대량실업도 뒤따를 전망이다.
정리해고제 등 법개정만으로 시행가능한 사항은 17일 정례국무회의, 대통령 공포절차를 거쳐 당장 발효될 전망이며 근로자파견제 등은 노동부의 시행령 마련작업을 거쳐 이르면 이달말께부터 시행될 것으로 보인다.
재계는 정리해고가 쉽다는 것이 바로 노동시장의 유연성이 커지는 것인 만큼 그 자체로 대외신인도를 높이는 효과가 있고 그동안 투자를 망설였던 외국자본을 끌어들이는 데도 유리한 환경이 조성된 셈이라고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미국의 월스트리트 저널지는 법 통과와 관련, “한국은 국제통화기금(IMF)의 구제금융에 대한 핵심적인 요구조건을 충족시켰다”며 “법안 통과로 한국 경제의 경쟁력이 강화될 것”이라고 14일 보도했다.
그러나 노동계는 이미 각 사업장에서 광범위하게 실시되고 있는 가파른 정리해고에 따른 근로자의 희생과 단기간의 대량실업을 우려하고 있다. 노동당국도 법적인 요건에 따라 정리해고가 엄격하게 진행되도록 힘쓰겠다는 방침이다.
전문가들은 노사양측의 엇갈린 반응 속에서도 “지금까지 한국에 직접 투자하려는 의사가 있는 외국기업들이 근로자를 해고하기가 쉽지 않다는 점때문에 미뤄온 게 사실”이라며 법 통과가 경제위기 극복에 도움이 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그동안 국내기업들은 인력조정의 어려움 때문에 적자사업을 매각하거나 조직통합 등 전반적인 구조조정을 하는데 애로를 겪어왔다. 이때문에경영위기를주로 급여삭감 인력재배치 등으로 버텨온 대기업들은 시행령 마련 등 법체계가 마무리되는 데 맞춰 본격적인 인력조정에 나설 태세다.
특히 국내 유화 제약시장 진출을 노렸던 외국자본의 경우 인수합병(M&A)의 주요한 걸림돌이 제거된 만큼 외국자본 진출도 활발해질 전망이다. 재계는 차기 정권의 구조조정 요구에 따라 나름대로 한계사업 철수 및 관련 인력조정 방안을 검토하면서도 협력업체 및 임직원의 반발을 우려, 정리해고법 통과 때까지 구체적인 발표를 미뤄왔다.
그러나 30대 그룹이 14일 비상경제대책위원회에 제출한 구조조정계획에는 주력업종을 제외한 한계사업 정리안이 포함돼 있어 이번 정리해고법안 통과는 구조조정계획에 상당한 추진력을 실어줄 것이 확실하다.
이에 따라 기업마다 방만한 조직팽창으로 늘어난 화이트칼라의 잉여인력이 대거 정리될 가능성이 매우 높아졌다.
한국노총 관계자는 “조합원 자격의 범위 축소와 근로자파견제 대상업종의 확대 등은 노동계에 불리하게 돼 아쉽다”면서도 “고용보험 적용대상의 확대와 실업대책기금 증액 등은 당초 합의안보다 훨씬 내용이 좋아졌다”고 평가했다.
〈박래정·윤종구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