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한이 거의 동시에 이산가족문제를 제기했다. 분단 반세기 동안 이별과 실향의 아픔을 견디어 온 이산가족들의 마음이 설레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지난 85년 단 한차례 있었던 이산가족 상봉과 고향방문의 감격적인 순간이 다시 오기를 바라는 마음도 간절하다. 남북한 정책당국은 이번 기회에 이산가족상봉을 기필코 성사시켜야 한다.
북한당국이 15일 중앙방송을 통해 발표한 ‘이산가족찾기 사업’은 직접적인 대남(對南)제의가 아니라는 점, 소관부서가 우리의 경찰에 해당하는 사회안전부라는 점 등 의심쩍은 바가 없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북한이 그동안 체제안보 때문에 언급을 자제해 오던 이산가족문제를 이번에 공식 거론한 것은 시기적으로 예사롭지 않다. 김대중(金大中)차기정부가 이산가족 재회를 위해 적극 노력하겠다는 정책발표가 있은 직후 이 ‘사업’을 발표하고 ‘사업’ 시행시기도 차기대통령 취임 후인 3월1일부터로 잡았다. 차기정부의 정책에 대한 ‘반응’인지는 아직 분명치 않으나 일단은 주목을 끌 만하다.
남북한 이산가족문제는 체제와 이념을 초월하는 인권문제다. 혈육과 고향을 찾는 인간의 원초적 감정은 어떠한 제도나 장치로도 막을 수 없다. 그런데도 그동안 북한은 이산가족문제를 대남전략의 일환으로 삼거나 정치적으로 이용하는 데 급급해 이산 당사자들의 마음에 큰 상처만 입혔다. 이번에도 평양당국의 진의를 읽기는 아직 이르다. 북한은 이산가족문제를 순수한 인권차원에서 접근하고 적극적인 해결책 모색에 나서야 한다.
차기정부는 이산가족면회소와 우편물교환소 설치, 고향방문단교환 추진 등 이산가족문제 해결에 의욕을 보이고 있다. 그러나 북한의 호응없이는 아무 것도 이룰 수 없는 것이 현실이다. 무엇보다 북한을 문제해결의 장(場)으로 나오게 하는 것이 중요하다. 정권초기의 인기정책이라는 비판을 면하기 위해서라도 신중하게 상황을 이끌어 결실을 보도록 해야 한다. 가장 기본적인 이산가족문제부터 풀어나가다 보면 한반도의 평화정착과 통일을 위한 남북한간 직접대화도 자연히 물꼬가 트일 것이다.
지난 71년 대한적십자사 제의로 시작된 남북적십자회담이 그동안 70회가 넘게 열렸다. 그러나 성과는 단 한차례뿐이었다. 이산가족들의 아픔은 세월이 갈수록 더해지고 있다. 남북한간에 대화의 기미만 보여도 가슴을 죄며 초조해 하는 그들에게 다시는 실망을 안겨주지 말아야 한다. 남북한 정책당국은 이산가족문제가 이 시대의 가장 절실한 민족문제임을 명심하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