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부처 개편 문제점]「예산편성 갈등」조정자 불분명

  • 입력 1998년 2월 17일 20시 14분


새 정부에서는 예산 금융 통상 등 나라살림 및 경제와 관련된 핵심정책의 수립과 운용을 맡을 정부조직이 분산돼 효율성 측면에서 적지않은 문제점이 있고 부처간 혼선과 갈등이 빚어질 우려도 있는 것으로 지적되고 있다. 국회에서 17일 의결된 정부조직법 개정안의 내용과 관련, 일부 전문가들은 또 문제가 불거질 때마다 청와대가 직접 나서야하는 상황이 자주 생길 것으로 예상했다. 결국 각종 경제현안이 청와대로 몰려 정책기획수석 경제수석 등이 각부처에 대해 간섭하는 사례가 늘어나고 대통령이 경제 전반의 실무적 부분까지도 직접 챙겨야 하는 상황도 예견된다는 것. 이와함께 외교통상부가 통상협상과 관련한 산업정책의 국내 조정업무를 맡을 수 없어 재경부 산업자원부 등과 불협화음을 빚을 우려도 제기되고 있다. ▼복잡해진 예산정책〓예산 편성 및 집행, 감독 등 재정경제원 예산실이 맡았던 업무는 기획예산위원회, 재정경제부, 예산청으로 분산된다. 예산편성은 기획예산위원장이 편성지침을 작성한다. 예를 들면 기획예산위원장이 ‘99년도 예산안은 긴축기조하에 실업대책에 역점을 둔 예산안을 짜라’고 지침을 내리면 예산청은 이를 토대로 각 부처의 예산요구서를 받아 예산안을 짜게 된다. 그러나 예산편성의 기본지침 수립과 세부편성을 서로 다른 기관이 맡는데 따라 혼선의 소지가 있으며 업무영역이 명확하게 구분이 되지않아 기획예산위와 예산청이 마찰을 빚을 우려도 있다. 또 각 부처는 예산청 및 기획예산위와 이중으로 예산협의를 벌여야 한다. 이 과정에서 재경부장관은 간여할 수 없다. 재경부 장관은 확정된 예산안을 국회에 상정하는 얼굴마담 역할만 맡는다. 그러면서도 재경부장관은 산하 예산청장과 함께 예산 편성 및 집행 결과에 대한 책임을 져야 한다. 예산편성을 놓고 부처간 갈등이 빚어지거나 정당간 이견이 있을 경우 이를 조정할 주체도 명확하지 않다. 정책판단과 예산편성이 명확하게 분리하기 어려운 경우가 많아 재경부가 향후 각종 금융정책을 추진하거나 세제개편에 착수할 때 예산부분과의 협조가 원활하게 될지도 불투명하다. 예산실 관계자는 “결국 기획예산위와 예산청이 통합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통상교섭력 약화 우려〓확대되는 외교통상부는 통상산업부가 갖고 있던 교섭권을 넘겨 받는다. 정부조직 개편으로 교섭권이 외교통상부로 일원화하고 부처간 조정업무를 맡았던 재정경제원 대외조정위원회도 총리실로 이관돼 한 차원 격상된 측면이 있다. 그러나 교섭권을 장악한 외교통상부가 교섭과 관련된 산업정책의 국내조정업무를 담당할 수 없다는 점이 문제로 지적된다. 외교통상부는 교섭권은 있지만 경제부처 지휘권이 없어 불협화음이 발생할 가능성이 크다. 또 외교통상부가 국내 산업과 기술 등의 전문적인 부분에 대해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고 교섭에 임해 국가적 손실을 초래할 수도 있다는 우려도 제기되고 있다. 따라서 교섭의 기준안은 주관부서에 맡기고 외교통상부는 이를 토대로 교섭해 임해야 한다는 견해도 나오고 있다. 교섭권의 범위를 어디까지로 보느냐도 애매해 외교통상부와 관련부처간의 갈등 소지가 있다. ▼경제현안의 청와대 집중〓경제부처간 갈등은 결국 청와대가 조정할 수밖에 없다. 전체 경제운용 계획을 놓고 재경부와 기획예산위가 다른 견해를 내면 청와대의 조정이 불가피해진다. 금융정책도 재경부장관과 금감위원장간 견해차가 생기면 청와대가 나서야 한다. 재경원 관계자는 “국제통화기금(IMF)관리체제에서는 의사결정의 신속성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며 “김대중(金大中)차기대통령이 경제부총리를 겸임하는 모양이라서 이에 따른 문제점이 만만치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임규진·이 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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