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선거사범 특사」철회해야

  • 입력 1998년 2월 17일 20시 14분


국민회의는 새 대통령 취임 직후 단행할 특별사면 복권 대상에 자기당 소속 선거사범을 포함하기로 간부회의에서 의견을 모았다고 한다. 형식논리로 보면 선거법 위반이지만 실제로는 표적 편파수사로 인한 야당탄압인 경우가 많았다는 이유를 내세웠다는 보도다. 특별사면은 대통령의 고유권한이고, 따라서 새 대통령의 결단에 달린 것임에 틀림없다. 그러나 그 발상에는 문제가 있다. 과거 각종 선거에서 유독 야당진영이 선거사범으로 많이 단속됐다는 주장을 뒤집을 근거는 없다. 입후보자 가운데 선거법을 전혀 어기지 않고 깨끗하게 선거를 치렀다고 자신할 만한 사람이 많지 않은 것도 사실이다. 특히 당선자 중에 선거법 위반자가 더 많을지도 모른다. 그렇다 해도 검찰과 법원이 일단 위법으로 판단한 사안을 집권하자마자 하루 아침에 정치적으로 사실상 무효화하려는 자세는 바람직하지 않다. 사법절차를 중시하는 법치주의에 충실한 태도로 보기 어렵다. 이런 식으로 사면을 단행한다면 다른 당 소속 선거사범과의 형평성 문제는 어떻게 할 것인가. 어떤 기준으로 억울하다고 판단하는지 모르겠으나 자기쪽만 탄압받았다고 주장하는 것은 자의적(恣意的) 발상일 수 있다. 사면권을 남용해 사법부의 권위와 국민의 법감정을 무시하게 된다면 합법성을 인정받기 어렵다. 선거사범을 엄격히 처벌해 타락한 선거문화를 바로세워야 한다는 것은 국민적 합의사항이다. 선거사범이 근절되지 않는 데는 당선만하면 위법사항이 있더라도 결국 유야무야되고 만다는 믿음이 크게 작용했다. 선거법을 지키는 후보만 손해본다는 풍토였던 셈이다. 선거사범은 꼭 처벌된다는 인식을 심어주는 게 공명선거 정착의 관건이다. 그런 점에서 선거사범은 시기를 막론하고 사면대상에서 제외해온 것이 관례였다. 선거사범을 정치적으로 처리한다면 민주주의의 기초질서를 위태롭게 할 수 있다. 국민회의쪽 움직임에 법무부가 난색을 표명하고 법조계에서 논란이 이는 것은 당연하다. 선거사범 사면추진 배경에는 그들을 6월의 지방선거에 출마시키려는 속셈이 있다고 들린다. 사실이라면 난센스다. 법 위반자를 후보로 내세워야 할 만큼 사람이 없다는 말인가. 비판이 일자 국민회의는 후퇴하는 듯한 모습이나 이번 발상은 스스로 분명하게 거두는게 옳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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