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대 야당인 한나라당이 20일 의원총회에서 ‘김종필(金鍾泌·JP)총리인준 반대’를 당론으로 확정, 향후 정국에 큰 파란을 예고했다.
JP총리 인준안을 부결시킬 경우 단순히 여야관계가 경색되는 차원을 넘어 내각구성이 상당기간 어려워지는 ‘국정공백’사태가 초래될 수 있다. 총리는 ‘서리(署理)’로 임명할 수 있지만 각료에 대한 총리의 임명제청권 행사가 불가능해지는 초유의 사태가 일어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같은 결정이 바로 JP총리인준안 부결로 연결될 것인지에 대해서는 한나라당내에도 회의적인 반응을 보이는 사람들이 꽤 있다. 한나라당이 JP총리인준 거부를 관철하기 위한 방법은 25일 다시 의총을 열어 결정키로 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한나라당이 25일 의총에서 백지투표나 회의장 불참 등 무리한 방법을 동원하지 않으면 JP인준 반대라는 당론을 관철하기가 어려울 것이라는 게 정치권의 중론이다.
그러나 문제는 25일 의총에서도 당의 활로를 열어야 한다는 명분으로 백지투표나 회의장불참 등 ‘거친 방법’을 당론으로 채택할 가능성도 없지 않다는 점이다.
그러나 이날 의총에서 강경론이 득세해 백지투표를 당론으로 결정할 경우에도 JP총리인준이 부결될지에 대해서는 당내 의견이 엇갈린다.
백지투표의 경우 국민신당과 무소속의원들이 인준안 처리에 찬성하게 되면 찬성표가 1백33표여서 한나라당의원들이 30명만 회의장에 불참해도 한표차로 통과될 수 있기 때문.
이에 대해 국민회의측은 자민련과 함께 한나라당 의원들을 물밑에서 만나 최소한 크로스 보팅(자유투표)을 하도록 유도한다는 계획이다. 백지투표는 사실상 공개투표여서 국회법에 위배된다는 논리로, 회의장 불참은 인준처리를 지연시킬 뿐이라는 논리로 설득하겠다는 전략이다.
자민련측은 이날 의원총회를 열어 정공법으로 맞선다는 당초 방침을 철회, ‘한나라당이 이성을 회복해 새정부 출범에 차질이 없도록 협력할 것을 촉구한다’는 요지의 논평만 발표했다.
공연히 한나라당 의원을 자극하지 않으면서 박태준(朴泰俊)총재 등 당지도부가 나서 연고가 있는 민정계출신 의원 등에 대한 선무작업을 하도록 하기 위해서다.
이와 관련, 여야지도부가 물밑접촉과 ‘정치적 빅딜’을 통해 JP총리인준 문제를 풀 가능성이 남아 있다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거야(巨野)가 JP총리인준 거부를 고집할 경우 IMF난국에서 국정을 표류시킨다는 거센 비난을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한나라당은 대통령취임식 직전 크로스보팅을 당론으로 정하거나 한차례 회의장 불참 등을 통해 여권을 위협한 뒤 ‘벼랑끝 타협’으로 선회할 가능성도 있다.
〈최영훈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