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대중(金大中)차기대통령이 신정부조각(組閣)과 관련해 안기부장인선을 놓고 막판까지 진통을 거듭하고 있다.
안기부장인사는 당내외의 ‘거물’들이 후보로 올라 있는데다 서울시장후보나 다른 각료인사와도 맞물려 있어 향후 여권내 역학관계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때문인지 김차기대통령의 핵심측근 사이에서는 파워게임양상까지 벌어지고 있고 여권내 각 세력들도 안기부장인선에 대해서는 활발하게 의견개진을 하고 있다.
그렇다고 해서 각 세력 내부의 의견이 통일돼 있지도 않다. 구(舊)실세그룹인 동교동계의 추천후보가 서로 다른 것이 단적인 예다.
이런 가운데 현재까지 가장 유력한 안기부장후보는 조승형(趙昇衡)헌법재판관인 것으로 알려졌다. 조재판관은 감사원장에 한승헌(韓勝憲)변호사가 내정됨에 따라 안기부장 기용가능성이 더욱 높아졌다.
동교동계 일부에서는 조재판관의 개혁성향과 도덕성, 김차기대통령과의 각별한 관계 등을 감안해서 강력하게 천거하고 있다.
그러나 최근 동교동계 일부와 당차원에서 한광옥(韓光玉)노사정위원장을 밀면서 판도변화가 생기고 있다는 전언이다. 이들은 비중있는 인사만이 대역사(大役事)인 안기부개혁을 할 수 있다는 주장을 펴고 있다. 김차기대통령의 한 핵심측근은 “한위원장은 유력한 안기부장후보의 한사람”이라고 말했다.
한위원장을 서울시장후보로 미는 당내 움직임도 있다. 자민련에서도 노사정대타협으로 인지도가 높아진 한위원장을 서울시장후보로 꼽고 있다.
하지만 또 다른 핵심측근의 얘기는 다르다. 그는 “김차기대통령이 한위원장은 안기부장 적임자가 아니라고 생각하고 있는 것 같다. 아직도 李종찬인수위원장의 안기부장발탁이 유력하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이같은 전망은 “이위원장은 일찌감치 서울시장쪽으로 방향을 잡았다. 따라서 안기부장후보에서 일찌감치 제외됐다”는 다른 측근의 얘기와 상반된다.
실제로 이위원장 스스로가 어떤 생각을 갖고 있는지에 대한 관측도 서울시장과 안기부장 사이에서 오락가락하고 있어 최종낙점에 대한 전망을 더욱 어렵게 하고 있다.
〈최영묵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