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정부에 바란다 ⑫]이정전/환경 살려야 경제도 산다

  • 입력 1998년 2월 23일 19시 14분


얼마 전 토론회에서 어느 시민단체의 한 환경운동가는 지난 10여년간 시민환경단체들이 투쟁해 왔던 환경문제가 국제통화기금(IMF)한파로 하루아침에 해결되는 바람에 할 일이 없어졌다고 자조적인 말을 하면서 씁쓸한 표정을 지었다. 그러나 이 운동가는 70년대초 우리 경제를 강타했던 오일쇼크의 쓰디쓴 경험을 잊었던 것 같다. 그때에도 에너지절약이니 소비절약이니 긴축이니 하면서 온 나라가 야단법석을 떨었지만 오일쇼크가 걷히자언제그랬느냐는듯이 국민 기업 정부가 모두 과소비 낭비 과잉투자를 일삼았고 자만에 빠져들었다. 그때 우리가 일본처럼 오일쇼크의 교훈을 잘 살려 체질개선을 했더라면 아마도 오늘날 IMF구제금융을 받을 지경으로 우리 경제가 파탄에 이르지는 않았을 것이다. IMF조치이래 교통혼잡과 대기오염이 좀 줄어들고 폐기물재활용이 좀 늘었다고 해서 환경문제가 해결되었다고 말한다거나 또는 지금은 경제문제가 급하니까 환경문제는 뒤로 미루자고 말한다면 그건 IMF조치가 왜 왔는지 잘 이해하지 못하는 말이다. ▼ 자원 효율적 이용 「IMF」 극복 토대 ▼ 이제 곧 출범할 새 정부는 우선 우리 경제를 파탄지경으로 몰고온 요인이 바로 우리 환경을 악화시킨 요인이며 따라서 경제를 살리는 길과 환경을 살리는 길이 결코 다르지 않다는 점을 깊이 인식하고 이 바탕 위에 환경정책을 수립해야 한다. 많은 사람들이 인정하듯이 근원적으로 보면 우리 경제를 망가뜨린 주 요인은 우리 사회에 만연한 ‘고비용 저효율’이며 이 뒤에는 공급위주의 사고방식과 정책이 깔려 있다. 과거 우리 사회는 압축성장의 열기에 들떠 무엇이든지 부족하면 우선 공급을 늘려서 그 부족을 채우려는 사고방식에 젖어왔다. 에너지가 부족하면 비싼 외화로 에너지를 사오기에 바빴고, 물이 부족하다고 댐을 건설해 물대기에 급급했으며, 땅이 부족하다고 마구 땅을 파헤치기에 여념이 없었다. 문제는, 그러다보니 에너지와 물 그리고 토지 등 자원을 절약하고 효율적으로 이용하는 일을 너무 등한시했다. 경제에 거품이 잔뜩 낄 수밖에 없었다. 무슨 문제가 생기면 법과 제도를 만들어내기에 바빴지 이 법과 제도를 제대로 집행하고 준수하는 데에는 극히 소홀했다. 그러니 기초사회질서는 엉망이 되었으며 사회제도는 난맥을 이루지 않을 수 없다. 바로 이런 공급위주의 사고방식과 정책이 경제를 망치고 사회를 부실하게 만들었을 뿐만 아니라 우리의 환경도 망쳤다는 점을 새 정부는 깊이 인식해야 한다. 예를 들면 에너지의 낭비는 대기오염의 주범이며 동시에 고비용 저효율을 초래한 교통혼잡의 원인이면서 쓰레기오염의 원인이고 또한 지구환경보전을 명분으로 한 국제사회 압력의 원인이기도 하다. 이와 같이 고비용 저효율이 우리의 경제도 망치고 우리의 환경도 망쳤다면 고비용 저효율을 저비용 고효율로 바꾸는 것, 바로 이것이 우리 경제도 살리고 우리 환경도 살리는 근원적인 처방이 될 것이다. 우리 사회의 고비용 저효율이 공급위주의 사고방식과 풍토에 기인한다면 저비용 고효율을 이루기 위해서는 그런 공급위주의 사고방식과 풍토 대신에 자원을 아끼고 효율적으로 이용하는 사고방식과 풍토, 즉 수요관리위주의 사고방식과 풍토를 우리 사회에 시급히 정착시켜야 할 것이며 정부부터 공급위주의 사고방식을 과감히 떨어버리고 수요관리위주의 정책을 펴나가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공급위주의 정책을 만들고 수행하는 정부 산하단체의 대폭적인 통폐합이 절실히 요구된다. 정부는 법과 제도를 새로 만들기보다는 이미 있는 법과 제도를 잘 가다듬고 활용하며 철저하게 집행하는 데에 역점을 두어야 한다. ▼ 수요관리정책 강화를 ▼ 앞으로 당분간 실업문제가 최대의 사회문제로 떠오를 전망이다.과거 미국이 대공황을 맞았을 때 이것을 벗어나는 계기를 대규모 토목사업에서 찾았다. IMF시대에 실업흡수를 위한 정책사업은 최대한 노동집약적이어야 하고 백년대계를 위한 것이며 가능하면 다목적 사업이어야 한다. 이런 요건들을 갖춘 IMF시대에 아주 적합한 실업흡수 정책사업은 소위 ‘녹색댐’이라고 하는 산림가꾸기일 것이다. 녹색댐은 수자원을 함양하고 수질을 정화하며 깨끗한 공기를 공급할 뿐만 아니라 앞으로 IMF조치보다 더 가공할 파괴력을 가진 지구온난화의 국제압력에 대한 대응책이 될 수 있다.―끝― 이정전<서울대교수·환경대학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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