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일 국무총리로 지명된 김종필(金鍾泌·JP)자민련명예총재는 25일 국회 인준동의 터널을 ‘무사히’ 통과할 수 있을까. 겉으로 드러나는 정황으로는 불안하기 짝이 없다.
한나라당은 인준동의안 투표일인 25일이 가까워질수록 ‘임전무퇴(臨戰無退)’ 태세를 강화하고 있다. 맹형규(孟亨奎)대변인은 이날 JP총리 인준과 관련, 성명을 내고 “우리당의 간곡한 만류에도 불구하고 김명예총재를 총리로 지명한 것은 차기대통령과 여당 독단으로 모든 국정을 처리하겠다는 의사표시로 결코 용납될 수 없다”고 전의를 불태웠다.
이한동(李漢東)대표도 “반대당론이 관철되지 않으면 당이 크게 훼손될 뿐 아니라 처참하게 될 수도 있다”고 경고했다. 조순(趙淳)총재를 비롯한 당 지도부는 당론이 관철되지 않았을 경우 쏟아질 책임론에 심각한 위기감을 느끼고 있다.
이에 맞서는 여당의 응전도 만만치 않다. 국민회의 자민련 양당은 23일 오후 각각 의총을 열어 한나라당의 인준동의 거부 움직임에 대한 대응방안을 논의했다.
양당은 한나라당이 백지투표를 할 경우 “인사에 관한 안건은 무기명투표로 표결한다”는 국회법 112조5항에 정면으로 위배되므로 김수한(金守漢)국회의장에게 재투표를 요구하기로 했다.
또 개개인이 ‘헌법기관’인 국회의원의 자유로운 의사결정을 방해한다는 점에서 ‘위헌적 발상’이라고 규정,인준안이 부결될 경우 헌법소원을 내는 방안도 검토중이다.
그러나 여야의 외부를 덮고 있는 이같은 강경기류를 한꺼풀 걷어내면 문제는 복잡해진다.
한나라당은 효과적인 부결방법을 찾지 못하고 있다. 25일 국회본회의에 전원 불참하거나 투표장에 참석했다 안건이 상정되면 퇴장하는 이른바 ‘투표 보이콧’은 국민의 눈에 비굴하게 비칠 수밖에 없다. 기표소를 거치지 않는 백지투표방식도 위법성 논란 소지가 있고 무기명비밀투표로 하자니 통과될 가능성이 높다.
여권은 여권대로 “정치적 딜(처리)을 통해서라도 파국만은 면해보자”는 목소리가 높다. 여야 일각에서는 한나라당이 무기명 자유투표를 허용하되 여권은 의원빼가기 등 인위적 정계개편과 표적사정을 하지 않는다는 선에서 타협을 하지 않겠느냐는 관측도 나온다.
그러나 이같은 여야의 내부기류가 강경한 외부기류와 섞여 타협점을 찾을지는 아직 미지수다. 무엇보다 한나라당의 당내 시스템이 대선 패배이후 제자리를 찾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박제균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