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필/한승헌감사원장 지명자]재야 인권변호사

  • 입력 1998년 2월 23일 19시 48분


한승헌(韓勝憲·64)감사원장지명자는 30여년동안 민주화활동을 해오면서 두차례나 옥고까지 치른 대표적인 인권변호사다. 이같은 ‘투사경력’에도 불구하고 그는 시인 고은(高銀)씨가 “어떤 험상궂은 사천왕도 그를 만나면 배꼽을 쥐고 웃지 않을 수 없을 것”이라고 평했을 만큼 촌철살인(寸鐵殺人)의 유머와 풍부한 해학으로 유명하다. 한지명자가 김대중(金大中)차기대통령과 인연을 맺은 것은 76년 김차기대통령이 주도한 ‘3.1 명동사건’의 변론을 맡으면서부터였다. 이어 80년 ‘김대중 내란음모사건’때는 ‘공범’으로 함께 구속되는 등 김차기대통령과의 인연이 각별하다. 이 때문에 그는 김차기대통령으로부터 총선출마나 전국구 공천을 계속 권유받았으나 ‘법조계에 남고 싶다’는 이유로 고사해 왔다. 이번에도 감사원장직을 계속 고사하다 김차기대통령의 권유가 너무 강해 응했다는 후문이다. 전북 진안의 두메산골에서 태어난 그는 전북대(정치학)를 졸업하고 57년 고시사법과(8회)에 합격, 군법무관과 서울지검 검사를 지낸 뒤 65년 변호사로 개업했다. 양심수에 대한 변호를 맡으면서 ‘반공법 전문변호사’로 이름을 날리던 그는 75년 유신체제를 비판하는 ‘어떤 조사(弔辭)’라는 수필을 썼다가 반공법위반혐의로 구속된 뒤 변호사자격을 박탈당하기도 했다. 시집과 수필집을 여러권 낼 정도로 문학에 대한 관심이 남다른 그는 특히 저작권 분야에서는 교과서로 통하는 전문서적을 두 권이나 낼 정도로 이 분야에 대해 관심이 많다. 또 마광수(馬光洙)전연세대교수의 변호를 자청할 정도로 개방적인 시각도 갖고 있다. 가족으로는 부인 김송자(金松子·64)씨와 3남1녀. 감사원 주변에서는 한변호사의 감사원장 내정에 대해 합리적이고 청렴강직한 성격 때문에 김대중정부 초기 감사원장에 적격이라는 평이 많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성품이 너무 강직해 감사원의 주업무인 회계감사보다 직무감찰에 치중하고 징계위주의 처분으로 나갈지에 대한 우려도 없지 않다. ▼ 『외환-PCS 의혹 철저히 특감』 ▼ 한지명자는 23일 인사가 발표된 뒤 서울 태평로 변호사사무실에서 기자들과 만났다. ―진행중인 외환특감이나 개인휴대통신(PCS)특감은 어떻게 처리할 것인가. “아직 정확한 업무파악이 되지 않은 만큼 뭐라고 이야기할 수 없다. 그러나 인수위원회가 감사원에 특별감사를 위촉한 만큼 새 정부 출범 이후 국가기강 확립에 일조한다는 차원에서 철저히 하겠다. 또 새 정부가 선정한 1백대 과제가 제대로 진행되는지 면밀히 검토하겠다.” ―정년에 걸려 도중에 감사원장직을 그만둬야 하는데…. “결코 기간이 짧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정년 때문에 일을 못한다면 시간이 더 주어져도 못하는 것 아닌가.” 〈공종식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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